정부가 규정을 어겨가며 민간기업 대관 담당 임직원에게 청사 출입증을 발급해준 것과 관련해 행정자치부가 해당 기업체 관계자 24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국민일보 9월 12일자 1·15면 보도). 행자부 관계자는 12일 “출입증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업무협조 명목으로 출입증을 발급한 기업체 임직원들의 적격 심사를 시작했다”면서 “요건에 충족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즉시 출입증 효력을 중지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자부가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기사가 나간 직후 관련 부처의 해명은 떠넘기기 수준이었다. 출입증 발급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행자부는 한정된 인력을 핑계로 댔다. 각 부처가 출입증을 신청할 때 알아서 규정에 맞게 신청을 해야지 현 인력구조상 심사업무는 도저히 감당할 없다는 논리였다. 가장 많은 ‘불법’ 출입증을 신청한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처의 특성을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는 자신들이 출입증을 신청한 4대그룹 임직원은 단 3명뿐이라며 억울해했다. 두 부처 모두 “우리는 전달자일 뿐 발급 여부는 행자부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청사 침입 사건 이후 정부는 출입증을 전면 교체하고 청사 출입구마다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정작 청사 출입 보안지침은 무시했다. 산업부 말대로 기업 관계자에게 청사 출입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선 보안지침을 그에 맞게 완화하고, 시민단체 등 쓴소리하는 민원인에게도 공평하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힘 있는 4대그룹 임직원들만 청사 출입에 특혜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공무원들의 안이한 보안 의식은 놔두고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 얼굴인식 시스템을 만들어봐야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문제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
[현장기자-이성규] ‘묻지마 출입증’ 뒷북조사 나선 행자부
입력 2016-09-12 19:30 수정 2016-09-12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