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7 탓 차량 화재? 美 침소봉대

입력 2016-09-13 04:22
12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 발권창구 앞에 국토교통부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발열 현상과 관련해 항공기 내에서 노트7 전원을 끄거나 충전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인천공항=곽경근 선임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 리콜 결정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발화 사고가 몇 차례 더 발생했고 미국 등에서 사용 중지 권고가 나오는 등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 언론은 플로리다에서 차량에 두고 내린 노트7이 폭발해 차량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차량에서 충전 중이던 노트7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트7 발화가 원인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터리 과열로 발화가 일어나는 온도는 90∼120도 사이인데 이것만으로는 차량에 불이 옮겨 붙기 어렵다는 것이다. 면 등 섬유가 타려면 온도가 250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노트7 발화 사고의 경우도 배터리가 과열돼서 녹는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화재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는 “만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노트7 리콜과 이후 파문은 삼성전자 신뢰도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과거 일본 소니나 도요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니는 노트북 등에 들어간 배터리 불량으로, 도요타는 급발진 사고로 대규모 리콜을 하며 한때 미국 시장에서 추락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리콜을 결정하고 진화에 나선 게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는 환불보다는 신제품으로 교환을 하겠다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12일 “현재까지는 처음 예상한 것보다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가 많지 않다”면서 “노트7 구매자 중 환불을 한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통 3사는 19일까지 개통철회 신청을 받는다. 삼성전자와 이통 3사는 이날부터 갤럭시A, J 등 대여폰 지급을 시작했다.

노트7 리콜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IT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는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노트7 리콜이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했다. 39%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했고, 37%는 삼성전자가 문제에 대처하는 속도와 효율성으로 인해 더 신뢰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76%가 긍정 평가를 내린 셈이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GSM아레나가 7400여명을 대상으로 ‘노트7 리콜로 다른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63%가 ‘(배터리를 교체한) 노트7을 기다리겠다’고 응답했다. GSM아레나는 이 설문조사를 근거로 “노트7의 미래가 그리 우울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