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가가 생명에 대한 존중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그런데 하나도 미안함이 없는 것에 대해 불편합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민 백남기씨 사건 청문회’에 출석한 백씨의 부인 박경숙 여사는 청문회 말미에 증인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백씨가 경찰이 쏜 물대표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최근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증인으로 참석해 ‘공식 사과’를 거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백씨가 의식을 잃은 지 304일 만에 개최된 이날 청문회엔 강 전 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백씨의 딸 도라지씨와 박 여사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청문회는 시종일관 야당의 공세, 정부·여당의 방어로 진행됐다. 여당 의원들은 현장 영상 등을 반복 재생하며 당시 발생했던 폭력시위 상황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은 “시위대 일부는 차벽에 밧줄을 묶어서 당기거나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살수차 사용을 과잉 대응으로 규정하고 강 전 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공식)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를 하면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사퇴 압박을 피하기 위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뒤쪽 증인석에 앉은 백씨 가족을 보며 사과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강 전 청장은 이 역시 거부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오늘 청문회가 용서하고 화해하는 자리였으면 했는데 아쉬움을 가져본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 측의 과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살수차 운용 과정을 파고들었다. 경찰이 사건 당사자들을 직접 조사한 내용이 담긴 ‘청문결과 보고서’ 확보에 집중했으나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청문회가 40분 이상 정회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살수차를 직접 운용하는 대원들에게 안전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충남경찰청 소속 최모 경장은 청문회에서 “(살수차 운용 지침대로) 사람의 가슴 밑을 겨냥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강신명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 못해”
입력 2016-09-12 17:52 수정 2016-09-13 0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