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아프로디테의 고향’ 키프로스, 결혼의 섬으로

입력 2016-09-12 18:01 수정 2016-09-12 21:36
사이프러스는 '사랑의 섬'(island of love)을 앞세워 결혼식을 홍보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관광청 홈페이지

인구 113만명의 지중해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중동 지역 젊은층의 결혼식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섬에서 결혼하는 중동 출신 부부는 1년에 3000쌍이나 된다.

‘결혼 여행객’ 대부분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출신이다. 이들에게 키프로스는 비행기로 20분 거리에 불과한 데다 빠르고 저렴하게 예식을 치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간단히 식을 올린 뒤 대사관에 신고하면 본국에서도 혼인을 인정받는다.

이들이 낭만적인 이유만으로 키프로스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18개 종파만 인정하는 레바논에선 종교법정의 허가를 받아야 결혼할 수 있다. 부부의 종파가 다르면 한쪽이 개종해야 한다. 마론파 기독교인 라첼레와 수니파 무슬림인 카더는 이 때문에 키프로스에서 결혼했다.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간단히 예식을 치른 이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결혼은 유대교 지도자 랍비가 주관한다. 결혼하기 위해선 율법에 따라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각종 의식도 치른다. 부모가 유대인이거나 본인이 개종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구소련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35만명 중 많은 사람이 결혼을 위해 해외로 떠났다.

결혼 여행객이 몰리자 키프로스는 각종 패키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예식은 15분 이내로 짧게 진행되지만 저렴한 가격에 사진촬영과 신부 드레스, 부케, 메이크업, 호텔까지 제공된다. 키프로스 정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고향이자 ‘사랑의 섬’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에 적극적이다.

BBC에 따르면 외국인 예식 산업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만 1억3500만 달러(약 1500억원)나 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