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야권이 북핵 대응 수위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여권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이슈를 선점해 가는 모양새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정부의 외교 전략에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엄중한 안보 현실을 기회 삼아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이라는 비판도 강하다.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는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초청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일명 핵포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정우택 이철우 윤상현 의원 등 여권 중진 의원도 대거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핵포럼은 간담회 후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회 북핵특위’ 설치를 제안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독자적 핵능력을 포함한 실질적 대응 방법 강구” “우선적으로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추진” 등의 주장도 담겼다. 간담회에서도 “전술핵 배치, 선제타격, 극비 군사작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즉각 추진하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김태우 건양대 교수) 등 강경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도 개인 성명을 내고 “더 이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같은 방어적 조치만으로는 북핵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정훈 의원 등에 이어 강경파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핵무장 주장은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어 자체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전술핵 재배치 역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반발이 커 동아시아 안보 긴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홍문종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가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NPT도 탈퇴해야 한다”며 “한·미동맹도 균열될 수밖에 없어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한반도 비핵화가 깨진 상황이니까 우리도 거기에 대칭하는 핵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정치권이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해 국제사회에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릴 필요는 있다”며 “정부가 쓸 수 있는 외교적 압박 카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여권 내 핵무장론은 북핵 실험으로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지층인 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특히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여권 잠룡들은 ‘안보의식이 강한 여권 주자’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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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보수층 결집·외교 압박카드… ‘與 핵무장론’의 정치학
입력 2016-09-13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