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두목 “딴 돈 다 놓고 나가” 도박서 돈 잃자 폭행·협박

입력 2016-09-12 18:04
지난 7월 21일 오전 4시30분쯤 인테리어 사무실로 위장한 서울 도봉구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딴 돈, 다 놓고 가.” 온몸에 문신이 그려져 있는 김모(45)씨가 으름장을 놓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는 도박을 하다 돈을 다 잃은 상태였다. 이어 김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1500만원 상당의 판돈을 챙겼다.

김씨는 경기 북부지역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었다. 그의 ‘조폭 본능’은 이날 거리낌 없이 발휘됐다. 같이 도박하던 A씨(34)가 자신의 조폭 선배 B씨(48)에게 “속임수를 써서 이겼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김씨는 “버릇없다”며 A씨 얼굴을 수차례 때려 상처를 입혔다. 전신거울을 들어 내려칠 것처럼 A씨를 위협했다. 급기야 A씨가 112에 신고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들자, 이를 뺏고 문을 잠근 뒤 15분간 감금했다. 이들은 일명 ‘바둑이 게임’을 벌이던 중이었다. 8시간 동안 2억원 상당의 판돈이 오갔다.

김씨는 결국 A씨 지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도박장에서 판돈을 뜯어내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박·상해 등)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함께 도박을 했던 이들과 도박장 관계자 등 1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