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중한 안보상황 앞에서도 한목소리 못낸 대통령과 여야

입력 2016-09-12 17:29 수정 2016-09-12 21:44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사흘 만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어제 청와대 회동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총론엔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 핵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데에는 털끝만큼의 이론도 없었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일부 각론에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실화된 국가 위기 앞에서도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진 성과없는 만남이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인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은 형식면에서 이전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참석 범위가 청와대 측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정부 측 유일호 경제부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까지 대폭 확대됐다. 야당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이례적으로 대거 자리를 함께한 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어느 때보다 급박하고 엄중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오늘의 조선은 어제날의 쇠약한 국가가 아니라 강대한 핵보유국이며 국제무대에서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가 비할 바 없이 높아가고 있다”고 강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라는 땅덩어리를 송두리째 들어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정은의 광기는 그가 권좌에서 쫓겨나거나 죽어야 멈출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북한은 5차 핵실험을 자행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내부의 갈등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사드 배치는 정책 판단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정오(正誤)의 문제로 논란을 키우는 야당의 의제 선정은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무장론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오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지 않는 한 핵무장은 불가능하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핵 보유를 용인할 리도 만무하다. 집권 여당이 정부 방침에 어긋나고,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핵무장론을 펴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사드 배치와 핵무장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바다.

안보분야에서만큼은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상시국이다.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자세로 외교안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북한 정보를 야당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의 전폭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번 회동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