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인 순교자들의 ‘영적 고향’ 다시 세웠다

입력 2016-09-12 20:55
전남 영광군 염산면 향화로 염산교회에서 지난 9일 열린 ‘염산교회 옛 예배당 헌당예배’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 제공
염산교회 옛 예배당 전경. 예장합동 총회 제공
전남 영광군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순교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중 194명의 성도들이 북한군에 의해 참혹하게 순교를 당했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영광군 설도항 입구에는 순교탑이, 야월교회(심재태 목사) 옆에는 순교자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1939년 세워진 전남 영광군 염산교회(임준석 목사)는 같은 지역 야월교회와 함께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기독교 순교 성지다.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77명의 성도들이 북한군에 의해 순교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단일교회로서는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곳이다.

예수를 열심히 믿는다는 것 말고는 죽음을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없던 성도들은 66년 전 무거운 돌을 목에 매단 채 바다에 내던져졌다. 교회는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다. 순교자들이 예배당 앞부터 최후를 맞은 설도항까지 찬송가 ‘예수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부르며 걸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지금도 가슴 먹먹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뼈아픈 순교역사를 간직한 염산교회가 옛 예배당을 복원하고 9일 헌당예배를 드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이 지난해 제100회 총회에서 총회 제1호 순교사적지로 지정한 지 1년여 만이다.

지난 5월 5일 옛 예배당 터에서 첫 삽을 뜬 복원작업은 4개월여 만에 건축면적 160㎡(약 50평), 옛 모습 그대로의 예배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건축비 2억3400만원 중 총회가 1억원을 지원하고 전남장로회연합회, 교회가 소속된 서광주노회(노회장 김종인 목사), 전국의 교회와 성도들이 헌금으로 힘을 보탰다.

총회역사위원장 김정훈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헌당예배에는 총회 임원과 역사위원회 위원, 전남지역 관계자 및 성도 등 300여명이 참석해 순교자들의 영적 보금자리가 다시 세워지는 현장을 지켜봤다. 박무용 총회장은 설교에서 “십자가 부활의 믿음으로 죽음에 맞서 순교신앙을 뿌리내린 신앙 선조들을 기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옛 예배당 복원은 염산교회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교단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이 신앙을 이어받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하자”고 권면했다.

임준석 목사는 “역사적인 순교지 복원을 통해 순교자들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격스럽다”며 “더 많은 기독교 순교 현장들이 발굴되고 알려져 한국교회 성도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본 받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7년째 순교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간이 좁아 아쉬움이 많다”며 “염산교회 순교신앙에 관한 영상물과 순교자들의 물품, 사진 등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