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vs 협상론… 韓·美, 북핵 해법 여론은 엇박자

입력 2016-09-13 04:05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양국 여론에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선 ‘핵무장론’ ‘전술핵 배치론’ ‘북한 체제 붕괴론’ 등 강경 입장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에선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북 제재 회의론이 정반대 방향으로 표출된 셈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대북 협상론’을 제기했다. 기존의 경제제재 차원에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북한의 핵 포기가 아닌 핵 동결을 목표로 대화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미 외교당국은 아직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은 5차 핵실험마저 감행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의지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면서 “성급히 대화에 나서면 과거처럼 조금만 견디면 제재가 완화될 것이란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과의 대화가 북핵 문제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엔 논란이 적지 않다. 이미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선언, 2012년 북·미 대화로 도출한 2·29합의 등을 모두 파기한 바 있다. 북한이 협상 도중에도 핵 개발 의지를 전혀 버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설령 대화가 열리더라도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인정, ‘북·미 핵감축 협상’ 등 미국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의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는 거론조차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측이 이를 제기하더라도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미국 조야(朝野)에서 대북 협상론이 제기되는 건 그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인의 피로감이 상당함을 방증한다. 대북 경제제재는 지지부진한 반면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날로 증대되고 있어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에선 정반대로 제재에 대한 회의감이 대북 초강경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 보유론까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북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주변국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핵 보유를 외교적 카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힘이 없는 상태에서 미·중에 애원하는 식이었다”면서 “이제는 중·미가 지금보다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우리 힘을 강화하는 수단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 옵션 중에는 중국을 압박하고자 ‘우리도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5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김 대표는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에 도착했으며 13일 김 본부장과 협의를 가진 뒤 약식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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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