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차도는 고도성장의 산물이었다. 1960∼70년대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차량이 급증하면서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내 여기저기에 고가차도가 건설됐다. 1968년 개통된 아현고가를 시작으로 시내에 모두 101개가 들어섰다.
그러나 도시구조와 교통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고가차도는 점차 애물단지가 되어 갔다. 도시미관을 해치고 지역단절과 상권 위축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이어졌다. 버스전용차로를 운용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점도 철거의 이유가 됐다.
서울시는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고가차도를 시작으로 고가차도 철거에 들어가 지난해 서대문고가차도까지 18개를 철거했다. 청계고가, 노량진수원지고가, 미아고가, 혜화고가, 신설고가, 광희고가, 문래고가, 회현고가, 아현고가 등 서울 시내 주요 교통 축에 있던 고가차도들이 하나 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8개의 고가차도를 추가로 철거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철거대상은 한남2고가, 구로고가, 노들남·북고가, 선유고가, 사당고가, 강남터미널고가, 영동대교북단고가 등이다.
시는 지난해 6월부터 시내 83개 전체 고가차도를 대상으로 철거·존치 필요성과 철거 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을 종합검토했고 그 결과 이들 8개 고가차도를 철거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가 필요한 곳, 철거 후 통과차량의 속도 감소율이 30% 이하인 곳, 경관개선 효과가 높은 곳, 주변 지역 개발계획이나 도시사업계획이 확정되거나 예정된 곳들이다.
시는 한남2고가, 구로고가는 내년에 철거하고 노들남고가와 노들북고가, 선유고가는 2018년 이후 철거할 계획이다. 사당고가, 강남터미널고가, 영동대교북단고가는 2021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75개 고가차도는 주변 여건에 변동이 없는 한 유지하기로 했다. 자동차전용도로, 연장 500m 이상의 간선도로, 철도횡단을 위한 고가차도, 도로 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고가차도 등이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최근 보행중심 공간이 시민과 시대의 요구가 되면서 고가차도 철거 민원이 제기돼 왔다”며 “고가차도 8개가 추가로 철거되면 주변환경이 정비되고 시민 도보공간이 확대돼 보행중심도시 서울로의 도시공간 재편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서울 고가차도 8개 추가 철거… ‘걷는 도시’ 확대
입력 2016-09-12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