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힐러리 ‘휘청’… 대권가도 ‘비틀’

입력 2016-09-13 04:02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두 번째)가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9·11테러 15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건강 문제로 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후 차를 기다리는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경호원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목격됐다.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9·11테러 추모식에서 더위를 먹고 휘청거렸다. 몸에 이상을 느껴 먼저 자리를 떴지만 차에 오르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고, 경호원의 부축을 받는 중에도 다리가 풀려 무릎이 접혔다.

도움이 없었다면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대선을 58일 남겨놓고 클린턴의 건강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클린턴은 1947년 10월 26일 태어나 다음달 만 69세다. 우리 나이로 칠순이다. 오는 11월 당선되면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나이 많은 대통령이 된다.

클린턴은 오전 8시쯤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테러 15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오전 9시30분쯤 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돼 트위터에서 퍼진 동영상을 보면 클린턴은 차를 기다리는 동안 보도에 설치된 충돌방지석에 기댈 만큼 몸을 가누지 못했다.

클린턴은 검은색 밴이 도착하자 걸음을 떼려다 몸을 휘청거렸고, 경호원 2명의 부축을 받았다. 그러나 중심을 잡지 못해 몸이 앞으로 기울면서 신발이 벗겨졌다. 경호원들은 급히 클린턴을 차에 태워 근처에 사는 딸 첼시의 집으로 갔다. 클린턴은 2시간 동안 그곳에 머문 뒤 뉴욕시 외곽 자택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클린턴의 주치의 리사 버닥은 성명에서 “클린턴이 이틀 전 폐렴 진단을 받았으며, 더위를 먹고 탈수증세가 나타났으나 회복됐다”고 밝혔다. 당시 맨해튼의 기온은 26∼28도로 건강한 사람이면 더위를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클린턴 건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클린턴 캠프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12∼13일 캘리포니아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클린턴의 건강이상 징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클리블랜드 유세 중 4분간 기침이 멎지 않아 애를 먹었다. 물과 사탕을 삼켰지만 쉰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았다. 클린턴은 “계절성 알레르기 때문에 기침을 했다”고 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진단 결과 클린턴의 증세는 단순 기침이 아니라 폐렴으로 밝혀졌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인 2012년 12월에도 뇌진탕으로 혈전이 발견돼 1개월 동안 업무를 중단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