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시즌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반등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가을야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롯데가 또 무너진 것은 감독의 상황판단 부족과 자유계약시장(FA) 영입 실패, 고질적인 기본기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롯데는 지난 11일 LG 트윈스에 8대 12로 패했다. 이틀 연속 역전패를 당한 롯데는 56승 70패로 8위 자리를 삼성 라이온즈(56승 1무 68패)에 내줬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종운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았지만 8위에 그친 성적을 이유로 사퇴시켰다. 당시 이 감독은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적었다. 당연히 초보감독이었던 만큼 선수단 운용에 있어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의욕만 앞서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정규리그 8위로 추락해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구단은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이 감독을 사임시켰다.
그런데 롯데는 또 다시 초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심지어 이 감독보다 5살이나 더 젊은 조원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조 감독 선임은 의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려대로 올 시즌 조 감독의 경기 운용도 ‘초짜’를 벗어나지 못했다. 승부처를 오판하기 일쑤였고, 투수 운용도 서툴렀다. 실제 조 감독은 6∼7월 한창 순위 싸움이 벌어질 때 “지금은 승부처가 아니다”며 투수들을 아꼈다. 결국 이 때부터 롯데는 5위 싸움에서 밀려나며 결국 가을야구 탈락 위기로 내몰렸다. 현역 시절 ‘돌격대장’이라는 닉네임을 들었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한 분위기다.
FA 투자 실패 역시 뼈아프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에 무려 138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선발 송승준을 4년 40억원으로 눌러 앉히는데 성공했다. 불펜 강화를 위해 외부 FA로 윤길현을 4년 38억원, 손승락을 4년 60억원에 각각 데려왔다. 돈을 쓰지 않는 구두쇠 구단이라는 이미지까지 벗고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FA 효과가 거의 없었다. 선발 송승준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올해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1군에서 10경기에서 41⅓이닝을 던져 1승 2패, 평균자책점 8.71이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송승준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세 자릿수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총 98억원을 투자한 손승락과 윤길현도 금액 만큼 성과를 뽑아내지 못했다. 윤길현은 6승 5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4.75다. 피안타율이 0.282에 달하고 블론세이브도 8차례나 된다. 최근 10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10.57까지 치솟았다. LG와의 주말 2연전에서도 올라오자마자 난타당해 역전패의 주범이 됐다.
손승락도 마찬가지다. 41경기 43⅓이닝을 던져 6승 2패 15세이브에 그쳤다. 피안타율이 무려 0.325에 달하고,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도 1.78나 된다. 나올 때마다 아슬아슬한 피칭을 선보여 팬들 사이에서 ‘승락 극장’이라는 낯 부끄러운 별명을 얻었다.
롯데 전통적으로 어설픈 수비와 주루가 항상 발목을 잡아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10일 LG전에선 김준태가 좌전안타를 쳤지만 공을 끝까지 보지 않아 아웃인줄 알고 더그아웃에 들어가는 황당한 본헤드플레이가 나왔다.
일각에선 2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CCTV 사찰 파문이 아직도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롯데는 사측이 원정숙소 CCTV 영상을 입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큰 비난을 받았다. 결국 당시 대표이사와 단장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하지만 당시 이를 외부에 알리고, 집단항명을 주도한 선수들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야구계에선 CCTV 사건 이후 일부 고참급 선수들이 조 감독보다 팀 내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3가지 이유’가 거인을 쓰러뜨렸다
입력 2016-09-13 00:06 수정 2016-09-13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