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경규] 친환경 추석 보내기

입력 2016-09-12 18:13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白露)가 지나고나니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계절도 추석을 앞두고 명절 준비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추석은 한 해의 정성을 열매로 수확하고, 조상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이날만큼은 풍성함을 미덕으로 삼았다.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는 추석은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먹거리가 풍족해진 요즘에도 푸짐한 상차림을 당연시한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지나치게 준비한다. 수십 가지의 차례음식 준비, 가사노동 그리고 장거리 이동 등이 덤으로 얹어지면서 언젠가부터 명절증후군이라는 씁쓸한 단어가 매년 되풀이된다.

명절증후군이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구도 해마다 명절이 되면 한 차례 몸살을 앓는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음식물의 7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져 하루 1만4000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평상시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20%가량 증가해 하루에 약 110억원씩 추가적으로 낭비된다. 늘어난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온도를 높인다. 명절증후군 1위가 소화기 질환이라고 하는데, 애써 마련한 음식들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폭염 폭설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대한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지난 9월 3일에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비준함에 따라 파리협정이 금년 내 본격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파리협정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친환경차 보급 등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이행하는 한편 전 국민이 동참하는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당장 올 추석에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친환경 생활수칙을 제안해 본다. 첫째 명절음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하자. 간소한 명절 상차림으로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0%만 줄여도 하루 5000t 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집을 떠나기 전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자. 플러그를 뽑으면 대기전력이 차단돼 하루 3000t 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 연간 총 전력소비의 6.1%, 약 4200억원이 대기전력으로 낭비되고 있다. 셋째 성묘 때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 1인당 종이컵 1개씩만 줄여도 하루 350t 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귀성·귀경길에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득이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여유로운 친환경 운전을 하자.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급정거, 급출발, 급가속을 하지 않는 친환경 운전을 하면 연료 소모를 20∼3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논어에 ‘예라는 것은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함이 낫다(禮 與基奢也 寧儉)’는 말이 있다. 겉치레보다는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올 추석은 검소하고 내실 있는 명절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의 일손도 덜고, 가계경제에 보탬도 되며, 온실가스로부터 지구도 지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려보는 것이 어떨까.

조경규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