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정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숙제처럼 부담 느끼지 않게
큐티사역 전문가인 양정근 유미열 목사로부터 '큐티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큐티를 시도하는 이들 상당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 없어 한다.
유 목사는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큐티도 처음부터 한 번에 꾸준히 하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건강한 소그룹 나눔 모임에 참여해 꾸준히 큐티를 하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양 목사도 "같은 성경 본문을 묵상하는 사람들끼리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정도 나눔 모임을 가져보면 좋다"고 추천했다.
지속적인 큐티를 방해하는 장애물도 극복해야 한다. 우선 몸이 너무 피곤하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큐티는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고 유 목사는 강조한다. 큐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뒷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별도의 큐티 시간을 정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양 목사는 "율법적인 큐티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나의 죄와 허물을 보게 되고 자칫 그 무게에 눌려 큐티를 멀리하게 된다"면서 "그럴 때는 큐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라"고 제안했다.
매일 큐티를 하다 며칠을 쉬게 됐다면 빼먹은 날의 큐티 본문부터 읽어나가야 할까. 양 목사는 "꼭 채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리면 큐티는 묵상이 아닌 숙제가 돼버린다"며 "지나간 것은 놔두고 그날 그날 주어진 말씀을 묵상하는 데 집중해보라"고 말했다.
단순히 성경신학적 접근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꾸준한 성경 연구를 통해 그 깊이와 넓이가 더해질 때 "더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유 목사는 강조했다. 또 그날의 큐티 본문을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몇 번씩 더 묵상하는, 이른바 '창의적 수고'를 더할 때 판에 박힌 큐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양 목사는 조언했다.
성서유니온서 큐티사역 27년 마친 양정근·유미열 목사.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큐티(QT·Quiet Time)사역 단체인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성서유니온·대표 박명섭 목사)에서 최근 2명이 정년퇴직했다. 성서유니온의 '정년퇴임 1호' 타이틀을 갖게 된 양정근(60) 목사와 '목사 출신 사역간사 1호'인 유미열(60) 목사가 주인공이다. 27년 동안 국내외 현장에서 성경읽기 사역 간사로 헌신해온 이들을 통해 성경읽기와 큐티, 기관사역자로서의 삶을 들여다봤다.
-최근 60세 정년을 맞아 정든 직장을 떠났다.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양정근 목사=프리랜서가 됐다. 성경읽기 사역을 필요한 곳에서 감당하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시리라 믿는다. 얼마 전부터 중국의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위해 큐티를 보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어린이·청소년의 성경읽기 사역을 위해 기도 중이다.
△유미열 목사=큐티 강의만 수천 차례 했다.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을 것 같다. 성경을 바르게 읽고 해석하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어떻게 정통 목회가 아닌 ‘큐티 사역’ 기관사역자로서의 길을 걷게 됐는지.
△유=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당시 담임목사님의 ‘은사 중심’ 목회 방식에 회의와 갈등이 많았다. ‘은사 중심’이냐 ‘말씀 중심’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중 성서유니온에서 최초로 목사 출신 사역간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서유니온 초대 총무였던 고 윤종화 목사님의 성경 강해를 즐겨들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양=부교역자로 생활하다 청빙을 받아 경기도 일산에서 담임목회를 3년 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주일 내내 성도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성서유니온의 사역자 모집 광고를 봤다. 오래 전부터 이곳의 ‘매일성경(큐티 월간지)’을 이용해왔기에 곧바로 지원했다.
-큐티를 왜 해야 하는가.
△양=그리스도인은 성경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다독하는 것도 좋지만 읽은 대로 ‘살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성경을 읽는 궁극의 목적은 순종이다. 성경에는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수 1:8)”는 말씀이 있다.
△유=기독교는 계시의 종교이면서 책(성경)의 종교다. 말씀은 행위의 기준이다. 말씀을 꾸준히 읽는 것은 세상을 보는 가치관을 바꾸는 작업이다. 큐티를 통해 세상의 가치관을 성경적 가치관으로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한다.
-큐티를 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유=성경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앞뒤 문맥을 따라 살피면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거기서 건진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오늘의 삶에 적용해야 한다. 큐티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말씀을 읽으면서 두 가지 핵심 질문을 늘 품고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내게 주시는 교훈은 무엇인가’이다.
△양=지속성이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큐티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서로 격려를 주고받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직장 신우회 등 그룹을 만들어 말씀을 나누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국내 큐티 문화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양=30년 전만 해도 집회 장소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매일성경을 팔았다. 지금은 큐티 교재도 다양해지고 인구도 많이 늘었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한편으론 큐티를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유=1990년대 초반만 해도 주부들을 중심으로 집에서 모이는 소그룹 모임이 대부분이었다. 98년 외환위기가 터진 뒤에는 가정 소그룹 모임이 부쩍 줄었다. 주부들까지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신천지’ 같은 이단이 기승을 부리자 교회밖 성경공부를 제한해 소그룹 모임이 더 축소됐다. 대신 교회 등의 초청사역, 또는 찾아가는 사역 방식으로 전환됐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역도 활발해졌다.
-목회자와 기관 사역자의 삶을 모두 경험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큐티, 또는 기관 사역자로서의 삶을 설명해준다면.
△양=교회와 성도에 집중하는 목회에 비해 기관사역자는 세상을 보는 시야와 안목을 넓힐 수 있다. 교단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하는 기쁨도 있다. 반면 교회와 같은 소속감이나 성도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기는 어렵다.
△유=눈치 보지 않고 기관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소신껏 사역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큐티 사역의 경우, 같은 주제의 설교 강의를 반복하다보니 성경 전체를 보는 안목이 떨어질 수 있다. 강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의 신앙’ 성장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QT 이렇게 해보세요] "그리스도인은 꾸준한 큐티 통해 삶의 가치관 바꿀 수 있어'"
입력 2016-09-12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