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주형일(44)씨. 한 달 전쯤 인터넷을 뒤져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교회에서 수요 직장인 예배를 드린다는 정보를 어렵게 찾아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지쳐있었거든요.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여기서 예배를 드리고 나면 정말 힘을 얻고 가요.”
주씨 같은 이들에게 도심 교회의 수요 직장인 예배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일상의 한가운데서 주일 예배가 줄 수 없는 또 다른 영적 쉼터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수요 직장인예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수요일 점심 ‘60분’ 예배·교제의 예술
수요일이었던 지난 7일 낮 12시. 여의도 빌딩 숲 아래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인파가 썰물처럼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시각 여의도백화점 7층 여의도제일교회(박대준 목사)에는 총총 걸음으로 예배당에 들어서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12시 5분. 기타 선율에 맞춘 잔잔한 찬양이 흘러나왔다. 직장인들이 참여하는 ‘정오의 샘터’ 예배가 막 시작된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실 남짓한 규모의 예배당은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12시 20분. 박 목사가 강단에 섰다. ‘열매 맺는 삶’(요 15:4∼5)을 제목으로 한 메시지 속에서는 ‘상사’ ‘동료’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예화의 많은 부분은 실제 직장에서 벌어지는 얘기가 차지했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교에 공감을 표시했다. 박 목사의 기도와 축도가 끝난 시각은 12시 40분.
예배 참석자들은 곧바로 예배당 옆 다목적 공간인 ‘벧엘의 돌베개’ 방으로 이동했다. 3개의 둥근 테이블에 차려진 밥상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제육볶음과 나물무침, 잡채와 콩나물국. 숟가락만 들면 되는 타이밍이었다.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밥 한 공기를 비우는 시간은 대략 20분 안팎. 오후 1시를 전후해 참석자들은 다음 주 수요일을 기약하며 저마다 일터로 향했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송기성 목사) 연동교회(이성희 목사) 동부교회(강경신 목사) 드림의교회(이상화 목사) 등 직장인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는 서울 도심 교회들의 수요점심예배 시간표는 비슷하다. 직장인들이 교회에 도착하는 시각을 감안해 12시 5분 정도 예배를 시작, 40분 이전에 설교와 축도까지 마친다. 오후 1시까지 식사와 교제를 마무리한다. 수요일 점심마다 이들 교회에서는 ‘60분 예배의 예술’이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일의 쉼표 같아요” “위로와 용기 드려요”
매주 직장인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직장인 예배 역사가 꽤 길다. 정동제일교회는 34년, 동부교회는 17년, 여의도제일교회는 16년, 연동교회는 12년쯤 된다. 이 사역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회사원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저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런 마음이 계속 동기부여를 하는 것 같아요.” 여의도 한복판에서 시무 중인 박대준 목사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 인근에 있는 동부교회 강경신 목사는 “교단과 교파를 떠나서 주중에 하루라도 회사 인근 교회에서 자유롭게 예배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공교회’의 역할이 아니겠느냐”라며 직장인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요일마다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의 속마음도 들어봤다. 수요 직장인 예배에 1년 넘게 참석하고 있는 박정환(33)씨는 “주일 예배는 솔직히 의무감 비슷한 게 있지만 수요예배는 자발적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특별히 설교 말씀도 제 상황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신앙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직장인인 김정호(45)씨는 “직장생활 가운데 힘들어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직장인예배가 있는 교회를 찾았다”면서 “매일하는 큐티나 주일 예배와 또 다른 신앙적 유익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직장인 예배 준비를 위한 조언
강경신 목사는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치열한 경쟁으로 지쳐있는 젊은이들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도심 교회가 평일 직장인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다”면서 “교회 형편과 사정에 맞게 준비한다면 결코 어렵거나 부담스런 사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요 직장인 예배를 준비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현재 사역 중인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아봤다. 첫째,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유형을 파악할 것. 회사원, 상인, 또는 대학생이 많은지 등을 미리 파악해야 설교 메시지나 사역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둘째, 전도나 교회부흥에 목적을 두지 말 것. 실적과 경쟁에 지친 직장인들을 온전히 섬기겠다는 마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직장인예배 참석자 대부분은 본 교회를 충실히 섬기는 성도들이다. 셋째, 직장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지원할 것. 예배 안내나 반주, 기도 등을 참석자들 스스로가 책임질 때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예배로 설 수 있다.
이 밖에 점심시간(낮 12시∼1시) 안에 예배와 식사 교제를 모두 마무리해야 하며,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예배를 끈기 있게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글=박재찬 박지훈 김아영기자 jeep@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일과 신앙] 일에 지칠 때… 점심시간 예배로 새 힘 얻어요
입력 2016-09-12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