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갈등은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에서 올 수도 있고, 인성적 부분이 원인일 수도 있다. 갈등 해결의 한 가지 방법은 ‘업무적 갈등’과 ‘감정적 갈등’을 분리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한 사례를 찾아보자.
시리아의 군대 장관 나아만은 한센병 환자였다(왕하 5장). 그는 자신의 병을 고쳐 줄 선지자가 이스라엘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선물과 신하들을 대동한 채 엘리사 선지자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엘리사 선지자는 나아만을 만나주지도 않고 심부름꾼을 보내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는 간단한 치료법만 전달한다. 나아만은 분노하여 그냥 돌아가려 한다. 장군인 자신의 신분에 맞는 대우를 기대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때 그의 종들이 나서서 설득했다. “장군님, 그 예언자가 이보다 더한 일을 하라고 하였다면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다만 몸이나 씻으시라는데, 그러면 깨끗해진다는데 그것쯤 못할 까닭이 어디에 있습니까.”(13절·표준새번역)
이 종들은 나아만의 감정적인 부분은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당초 이스라엘에 온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도왔다. 엘리사의 환대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기 위한 것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나아만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 치료를 받고 병이 낫게 된다. 이후 엘리사와의 관계도 회복했다.
나아만이 감정적 분노 때문에 그냥 돌아갔다면 그는 평생 한센병 환자로 살았을 것이다. 하나님은 물론이거니와 엘리사 같은 멘토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분한 마음으로 일생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직장 동료가 팀장 앞에서 내 체면을 깎아 내리는 말을 했다 치자. 일단 감정은 접어두고 동료가 지적한 업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적인 부분은 우리의 영성으로 따로 다뤄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그가 혹시 다른 어려움이 있어서 나한테 저러나’하고 그의 삶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위로를 구하고 용서의 의미도 되새기면서 그와의 관계를 서서히 회복해야 한다.
갈등은 아무리 성령 충만한 기독교인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다.
김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