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롱비치 항구에 도달하고도 주변만 맴돌던 한진해운 소속 선박 4척이 11일 입항해 하역을 재개했다. 지난달 31일 한진 몬테비데오호가 마지막 하역 작업을 하고 열흘 만이다. 북미 노선 물류에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지만 물류대란 해소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롱비치 항구 인근에 머물던 한진 그리스호, 한진 그디니아호, 한진 보스턴호, 한진 정일호는 이날 차례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진해운 측이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파산법원에 신청한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가 지난 9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이들 선박 4척의 하역비로 미국 은행 계좌에 1000만 달러(약 111억원)를 예치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중 이날까지 하역을 마친 배는 국내 10척 등 20척이다. 정부는 나머지 77척 중 국내 항만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할 36척을 제외한 41척을 하역 정상화를 위한 집중관리 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스테이오더는 일본과 영국에서도 발동돼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할 수 있게 됐다. 싱가포르에서도 압류금지 잠정 조치가 발효됐다. 독일과 스페인 등에는 다음 주 초부터 스테이오더를 신청할 계획이다.
스테이오더가 내려져 입항하더라도 하역비를 내지 않으면 짐을 내릴 수 없다. 법원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하역비 등으로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거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롱비치터미널의 담보(54%)를 먼저 확보하는 조건으로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대여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롱비치터미널 지분이 6개 해외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는 데다 롱비치터미널의 나머지 지분(46%)을 가진 세계 2위 해운사 MSC의 동의도 필요해 실제 대여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은 사재로 400억원을 지원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물류대란 장기화로 부산항 일대 해운·항만업계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부산해양청 조사 결과 179개 업체에서 511억원의 피해를 이미 입었고, 이들 업체의 매출 감소 예상액은 1657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부산항의 ‘수출입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는 220건 1억 달러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긴급 수출애로 점검회의를 갖고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총 400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활용해 수출입 중소기업과 한진해운 협력업체, 중소 수출물류업체(포워딩 등) 등을 지원키로 했다.
세계적인 해운사들은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겠다며 북미 노선 쟁탈전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15일부터 부산항을 거치는 미주노선에 선박 6척을 투입하기로 했다. 2위인 스위스의 MSC도 해당 노선에 선박 6척의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해운뿐 아니라 해외 해운사들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분기 주요 글로벌 해운사 12곳 중 11곳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10일 보도했다. 매체는 일본 3대 해운사인 상선미쓰이, 니폰유센, 가와사키기선 등이 한진해운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3위 해운사 CMA CGM은 올 2분기에 1억2800만 달러(약 141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1위 AP몰러-머스크는 지난 6개월간 1억7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관련기사 보기]
☞
☞
☞
☞
강창욱 허경구 정현수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kcw@kmib.co.kr
한진해운 롱비치 하역 재개… 물류대란 해소까지는 먼 길
입력 2016-09-11 18:13 수정 2016-09-11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