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국제사회의 북핵 외교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가 ‘끝장 결의’라는 우리 외교 당국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도발→보상→재도발’의 악순환이 ‘도발→제재→재도발’로 역전된 형국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후 4년여간 핵무기 보유를 통한 체제 유지에 사활을 걸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12년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2·29합의’를 도출해 냈으나 한 달여 만에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모처럼 찾아온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한·미·일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기 전까지 모든 대화를 닫아걸고 대북 압박 공조를 이어갔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대북 정책의 모토로 삼았고 2013년 출범한 박근혜정부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천명, 북한과 신뢰를 쌓되 도발은 결코 용인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흐름은 지난 3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에서 정점을 이뤘다. 민생 분야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역대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제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채택 6개월 만에 추가 제재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추가 제재 결의가 나오더라도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양자 제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에 이어 올해 초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추가 독자 제재 등을 잇달아 내놔 쓸 카드가 거의 남지 않았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북한 핵도발 조짐 시 선제공격론 등 대북 군사적 조치 또한 얼마나 위협 효과를 내줄지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결국 남은 건 북한 체제의 기반을 뒤흔들 만한 초강경 제재뿐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북한의 광물 수출과 해외노동자 송출, 원유 수입 등 대외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 국제사회에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취할 다음 제재 결의에서도 이런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강력한 제재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우선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는 중국이 동의해줄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 스스로가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김정은 정권에 강력히 촉구해 온 이상 주민의 기초적 생존마저 파탄 낼 정도의 제재 조치를 취할 명분도 부족하다.
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11일 “유엔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에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본다”라면서 “다음 제재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더욱 어려워지도록 빈틈을 조이는 수준이겠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북한이 대규모 전략적 도발을 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의례적으로 실효성 없는 제재 조치만을 추가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세계 핵 비확산 레짐이 무너지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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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막다른 골목’ 북핵 외교… 광물 수출·송금 차단 필요
입력 2016-09-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