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 핵무장론 띄우는 與잠룡들

입력 2016-09-12 04:56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대형 무기 야외 전시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 이후 여권 잠룡이나 중진들이 앞장서 핵무장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되면서 기존 대응의 한계론이 대두되자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중요 국방 정책을 대권 주자들이 프레임 선점용 공약으로 꺼내들어 안보이슈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유철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로 북한의 위협은 현실적 위기로 다가왔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핵무기를 최소한 북한의 2배 이상 규모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지난 9일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준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일명 핵 포럼)도 12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북핵 도발 대응책을 논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포럼에는 새누리당 의원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핵무장론에 가세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핵 저지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 노력은 다 실패로 돌아갔다”며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든, 우리 스스로가 핵무장을 추진하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단호하고 통일된 대안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훈 의원도 “한·미 원자력협정을 다시 협상해 마음만 먹으면 1∼2개월 안에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자체 핵무장 대신 미군의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촉구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관계없는 미국과의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등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의 SLBM 발사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자체 핵무장은 다만 NPT체제의 국제질서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일본의 핵무장 명분이 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야당 역시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정현 대표가 이날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야당은 집권여당 대표가 핵무장을 시사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핵 무장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 잠룡들이 보수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강력한 안보 공약을 내세워 어젠다를 선점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며 “주목도를 끌 수 있지만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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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