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생계형 대출’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움직임을 틈타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대출 잔액은 161조1002억원으로 집계돼 6개월 전인 1월 말(150조3016억원)보다 7.2% 늘어났다.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이 7월 말 기준 167조737억원으로 제2금융권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3.5%로 절반 수준이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상가·토지 등의 비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하는 지표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해 대출받는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생활자금 용도로 쓰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올해에만 7조6000억원 늘었다.
제2금융권 대출은 은행권에 비해 높은 금리부담뿐 아니라 대출상환 능력 면에서도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불러오는 요소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 가장 먼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 비해 대출심사 능력이 떨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위험도 높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한은은 제2금융권 대출이 시스템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1.25%로 3개월째 동결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자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다시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일반 신용대출의 경우 KB국민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7월 3.91%에서 8월 4.12%로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7월 1.32%로 떨어지면서 기준금리는 1.44%에서 1.32%로 낮아졌지만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가 평균 2.47%에서 2.80%로 올랐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평균 가산금리를 2.70%에서 2.84%로 높여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14%에서 4.17%로 소폭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최저등급인 9∼10등급의 가산금리를 7.42%에서 9.11%로 높이면서 9∼10등급 신용대출 금리가 8.92%에서 10.51%로 올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2금융권 생계형 빚 눈덩이… 증가속도 은행 2배
입력 2016-09-11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