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니?” 한마디가 생명을 살립니다

입력 2016-09-11 20:47
‘제3회 생명보듬 페스티벌’이 열린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예빛섬 앞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을 외치며 ‘생명보듬 함께 걷기’에 나서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예빛섬 앞. 정체 모를 38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군중 속 몇 사람이 쓰러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괜찮냐”며 손을 내밀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쓰러져 있던 이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랑은 물어보는 것, 이해하는 것. 너는 지금 괜찮니? 내가 함께 있어줄게. 괜찮아.”(자살예방 캠페인 송 ‘괜찮니’ 중)

하나둘 모여든 시민 1500여명은 율동을 따라하며 노랫말처럼 손을 잡고 안부를 물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3회 생명보듬 페스티벌’에서 펼친 프로그램의 모습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하루 38명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타개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라이프호프는 2014년부터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전후로 ‘생명보듬 함께 걷기’ 행사를 열어왔다. 페스티벌 형태로 규모를 확대한 이날 행사장에는 ‘생명나무 메시지 전하기’ ‘생명보듬 캘리그래피 나눔’ 등 20여 부스가 마련돼 ‘생명의 소중함’을 널리 알렸다.

라이프호프 이사장 이문희(맑은샘광천교회) 목사는 “마음의 컨테이너 속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담고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향해 걸을 수 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단위 참가자와 초·중·고 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초등학생 두 딸 및 남편과 함께 현장을 찾은 정은미(37)씨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조성돈 대표는 “요즘 10대들 사이에선 잘못하거나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 ‘자살추천’이란 말이 농담으로 쓰일 정도로 생명경시현상이 심각하다”며 “‘괜찮니?’라는 말 한 마디가 일상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막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댄스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의 공연에 이어 참가자들은 서래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2㎞ 구간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 대기업 임원, 유명 야구해설가 등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양지현(39) 인천 동산성결교회 사모는 세 살배기 딸과 곳곳을 둘러보며 새롭게 갖게 된 다짐을 전했다. “생명이라는 귀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려고요. 오늘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을 향한 관심의 더듬이를 더 민감하게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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