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뿌리째 바뀐 한반도 안보환경

입력 2016-09-11 18:53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북한 미사일도 이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만 남겨두고 있다. 금번 핵실험이 주목받는 것은 4차 핵실험까지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한 후 금번 5차 핵실험에서는 표준화·규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대부분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게 됐으며, 미국 본토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주둔 모든 미군기지에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공격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의 목적이 미국의 핵공격과 압살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실제 의도는 정권 안보를 지키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조건 아래 대미 협상을 시도하는 데 있다. 또한 핵을 앞세워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미국에는 북한이 미국을 핵공격할 수 있는 실력이 있음을 보여줘 유사시 미군이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당분간 미사일과 핵탄두 개발을 지속한 후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주한 미군의 철수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래 줄곧 핵무기 개발에 열중해 왔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각종 외교정치적 조치들 이외에 군사적 측면에서 어떤 실질적 대비를 취해 왔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보유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발사 이후 일본은 2중 방어망 구축을 완성하고 현재 3중 방어망을 구축 중인데 그동안 우리는 구형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현재 사드 배치라는 2중 방어망 구축도 국내 반대 여론과 중국의 반대에 봉착해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당장의 가시적인 방어적 억제력 강화조치가 시급하다. 물가상승 고려 시 몇 년째 동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의 2.4%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방비의 대폭 증가를 검토해야 한다. 2030년대로 예정된 신규 이지스함 도입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우선 기존 함정들을 개량해 최신 무기체계를 장착해야 한다. 2040년에나 실전 배치가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 검토 대신 초계기 도입을 포함한 대잠수함 작전능력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

둘째, 변화된 안보 환경에 맞는 적확한 국방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이 고도화돼 어느 지역 어느 시간에라도 불시 발사가 가능하도록 이동식 발사대 구축과 고체연료 개발이 완료된 상황에서 기존 한국형 미사일방어 전략과 킬체인 전략이 계속 유효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군이 탁상공론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전투 환경에 맞게 작전계획을 세울 것과 코끼리 같은 힘센 군대를 지향할지 표범처럼 날쌘 군대를 지향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기존 대북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국제 공조체제 강화 등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타 창조적인 방안 모색도 지속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견이 있다고 상호 비방하지 말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차분하고 결연하게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난국 극복의 핵심 요소이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