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추석 연휴, 집에만 있기엔 아쉽다. 하루쯤은 가족, 친구, 연인 등과 공연장 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 추석 연휴에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특별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공연의 경우 할인율이 50%를 넘는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다룬 작품이 제격이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는 구성진 대중가요를 토대로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그렸다. 극중 어머니는 출세를 위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불효자 아들을 죽을 때까지 사랑으로 감싼다. ‘국민 엄마’ 고두심이 악극에 처음 도전해 화제다. 원로배우 이순재와 손숙이 출연하는 연극 ‘사랑별곡’(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은 노부부의 순애보를 담았다. 평생 투박하고 거칠었던 남편이 아내의 죽음 이후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사랑을 이야기한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수현재 씨어터)는 살아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엇갈린 대화라는 독특한 구성이 흥미롭다.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빨래’(동양예술극장 1관)도 부모님과 보기에 제격이다. 서울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그린 이 작품은 한번은 봐야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또 연출가 이윤택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길 떠나는 가족’(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은 빈곤과 고독 속에 요절한 국민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렸다. 올해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친구나 연인끼리
젊은 층은 참신한 소재와 감각을 가진 뮤지컬들을 선호한다. ‘그날들’(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은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20년전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쫓는다. 2년전 국내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킹키부츠’(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도 다시 돌아왔다. 도산위기에 처한 구두공장 사장 찰리가 여장남자 롤라의 도움으로 섹시한 신발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의상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잘 버무려진 휴먼 코미디로 롤라 역의 정성화 연기가 압권이다. ‘잭더리퍼’(디큐브 아트센터)는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미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올해 공연은 라이브 반주로 완성도를 높였다.
대학로에서는 청춘을 매혹시킨 사랑을 다룬 두 편의 연극이 추천 대상이다 ‘클로저’(예그린씨어터)는 네 남녀의 엇갈린 모습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조명한다. ‘안녕 여름’(유니플렉스)은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사랑의 단상을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평소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라면 이번에 공연을 보며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 아이가 어린 편이면 대사가 없는 코믹 퍼포먼스 ‘파이어맨’(세실극장)과 ‘점프’(명보아트홀 점프극장)가 제격이다. ‘파이어맨’은 소방수의 모습을 유쾌하게 다뤘고, ‘점프’는 무술 유단자들의 집에 들어온 도둑들의 수난을 보여준다. 연극 ‘슈퍼맨처럼’(학전블루 소극장)은 어린이극의 명가로 꼽히는 극단 학전의 스테디셀러다.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풀었다.
10대 아이들과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와 연극 ‘삼봉이발소’(위로홀)를 추천한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키다리 아저씨’는 씩씩한 고아 소녀 제루샤와 그녀를 몰래 후원하는 신사 제르비스의 사랑을 소박하게 그렸다. 제루샤가 편지를 쓰고 제르비스가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으로 최근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 하일권의 인기 동명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삼봉이발소’는 외모지상주의에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가위 공연계] 부모님·연인·아이들과 공연장 나들이 어때요
입력 2016-09-1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