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이제까지 없었던 최고 수준의 대북압박 의지를 천명했다. 한·미 양국이 이른바 ‘핵우산’ 등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해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압박 및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7박8일간의 정상외교 일정 마지막 날인 9일 한·라오스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던 박 대통령은 오전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보고받은 뒤 즉각 현지에서 참모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불용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핵 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이런 도발은 결국 자멸의 길을 재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라오스 정상회담 등만 소화하고 잔여 일정을 취소한 채 급거 귀국한 박 대통령은 오후 9시5분부터 황교안 총리, 외교·통일·국방장관, 합참의장을 소집해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규정한 뒤 앞으로 대북압박 등의 수위 역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 능력을 사용할 것임도 기정사실화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 등을 직접 거론했다.
정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는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상시비상체제를 유지해 달라”고 지시한 뒤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한마음으로 단합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치권도 여야 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우리 내부 이간을 노리는 북한 기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야당을 겨냥해 “끊임없는 사드(THAAD) 반대와 같이 대안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 우리가 취할 기본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라오스 현지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있던 오바마 대통령도 박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한·미 정상 통화는 역대 북한 핵실험 강행 뒤 가장 짧은 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틀 전 정상회담을 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통화해 향후 대응에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남혁상 하윤해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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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0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