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68)이 올 봄 자기 시의 자궁인 섬진강으로 돌아갔다. 교육 문제 때문에 전북 전주로 나왔던 그는 지난 4월 고향집을 증축하고 8년 만에 이사했다. 섬진강의 가는 강줄기들이 모여 지나가는 전북 임실군 진메마을. 그곳에서 그는 수십년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신작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창비)에는 이곳에서 쓴 시도 4편 들어있다. 이른 아침 자갈 틈에 낀 달팽이의 안녕이 걱정돼 강으로 간다는 ‘달팽이’ 같은 시들이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만난 김 시인의 얼굴이 섬진강 햇살을 받은 것처럼 환했다.
“한달쯤 지나니 옛날보다 더 편해졌어요. 예전엔 시골 분들은 농사 짓는데 혼자만 책보고 애들 가르치고 그런 게 미안했거든. 이젠 처지들이 비슷해져 마음의 짐도 가벼워지고….”
그 옛날 외상으로 책을 사고 밤새워 봤다는 고향집 한옥은 그대로 두고 옆에 양옥을 지어 덧댔단다. 이번 시에서는 전에 없이 연륜이 묻어난다고 했더니 “나이를 의식했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나오는 모양이지요”라며 웃는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살았다/ 글을 썼다/ (중략)덜 것도/ 더할 것도 없다/ 살았다”(‘그동안’의 부분)
“내가 죽은 후/ 이삼일 기다리다가/ 깨어나지 않으면 화장해서/ 강 건너 바위 밑에 묻어라”(‘생각난 김에’의 부분)처럼 유언을 떠올리게 하는 시도 있다.
표제시에 대해 물었더니 “내 시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실 다 울고 집에 들어온다. 집을 찾아 들어오는 이유는 밖에서 힘든 것 쉬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 하지 않냐”는 것이다.
시에 대한 그의 바람은 ‘오래한 생각’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산 같이 온순하고/ 물 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요즘 그는 대중 강연으로 많이 바쁘다. 한달에 15∼20차례는 된다. 노인들에게 강의할 때는 그의 노모를 떠올린다. “그 분들이야 말로 우리 어머니처럼 자연이 한 말을 받아쓰기 하는 분들이지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그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아닙니까. 지식은 없어도 뭣이 중요한지 아는 분들, 그렇게 살아온 게 훌륭한 자산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겁니다.”
도시 삶을 맛본 그에게 시골생활이 어떨까. 마을버스가 하루 2번 들어온다는 산골이다. “심심할 줄 알았는데 전혀 심심하지가 않아요. 오히려 할 게 더 많아서 텔레비전을 안 보게 돼. 자연이 매 순간 변합니다.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그것들 한테 가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섬진강 시인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김용택 시인 “山 같이 온순하고 물 같이 선하고 바람 같이 쉬운 그런 詩 쓰고 싶어요”
입력 2016-09-11 20:39 수정 2016-09-12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