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완성 단계… 한·미 ‘核우산’ 대응
입력 2016-09-10 04:15
북한이 개발에 본격 착수한 지 23년 만에 ‘핵무기 프로그램 완성단계’에 사실상 돌입했다.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일 오전 9시30분(평양시 9시)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실시한 5차 핵실험의 폭발력 규모가 불과 8개월 전인 4차 때의 배 이상인 데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성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핵 실험을 핵탄두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탄두 실험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되면 북한 미사일이 사실상 핵무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5차 핵실험 규모는 5.0으로 이제까지 실시된 핵실험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 1월 6일 실시된 4차 핵실험은 규모 4.8, 폭발력은 6㏏(1㏏은 TNT 1000t의 폭발력)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10㏏으로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한 미국 핵폭탄의 위력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됐다.
5차 핵실험 폭발력이 우리 군 당국의 추정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이번 핵실험 위력이 최소 20∼30㏏으로 지금까지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 가운데 최고”라고 주장했다.
북한핵무기 연구소는 핵실험 후 4시간 만에 조선중앙TV를 통해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이라며 “전략탄도로켓(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핵탄두 실험은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즉, 스커드와 노동·무수단 미사일 등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이번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첫 실전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올 들어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와 관련된 실험을 여러 차례 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월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고, 6월 23일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 시험발사와 지난달 24일 실시된 SLBM 발사 실험도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등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 또는 우방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 공격을 받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재래식 정밀무기들이 모두 동원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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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