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9월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이다. 일명 ‘9·9절’로 불리는 이날은 우리의 8월 15일 정부수립일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또 평양시로 계산해 오전 9시로 맞춰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9·9·9’이벤트를 벌였다.
북한은 1948년 8월 대의원 선거와 9월 2일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9월 9일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고, 김일성 주석을 수상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김 주석 사망 3년 후인 1997년 이날을 기점으로 북한은 김 주석의 탄생연도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모든 공식 문서 등에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시기를 전후해 북한은 중앙보고대회 등 각종 행사를 열어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하루 전인 8일에도 박봉주 내각 총리가 정권수립 68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북한이) 수소탄까지 보유한 주체의 핵 강국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 공개 선언했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비롯해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 등을 ‘사회주의 5대 명절’로 취급한다.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설날까지가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로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 무력 도발을 한 날짜들은 사회주의 명절 기간과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북한은 앞서 2006년 노동당 창건일을 하루 앞둔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을 감행한 2월 12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이 지난 1월 6일 감행한 4차 핵실험은 북한의 설날(1월 1일) 직후였다. 구정을 설 연휴로 지내는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는 1월 1일을 설날이라 부르고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총 다섯 차례 핵실험 가운데 4차례를 모두 사회주의 5대 명절 기간을 전후해 감행한 셈이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우리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수립일에 맞춰 이날 전격적으로 핵실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9·9절에 맞춰 핵실험을 한 것은 핵능력 고도화를 정권의 치적으로 내세워 주민들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체제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기념일에 맞춰 대외적으로 지도력을 과시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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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왜 北 정권수립일에 핵실험 했나… 내부 결속·외부 과시 ‘9·9·9 이벤트’
입력 2016-09-1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