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9일 전 화주들에게 자구안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진해운이 ‘대마불사’를 믿고 물류대란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9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증인 출석해 이런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편지를 받고) 유수홀딩스 물류회사 박스 1600개도 한진 배에 실었다. 아마 편지를 받고 짐을 더 선적한 화주도 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전혀 예상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22일 보낸 편지에는 “한진은 채권단과 그룹 자구안에 대해 모든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좋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혀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이) 대마불사를 믿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한 사재출연 용의를 묻는 질문에 “이른 시일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한진해운 회장 재직 기간 253억원의 보수 및 주식과 52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법정관리 책임을 통감하느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도의적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후회와 회한의 눈물이냐. 사과의 눈물이냐”고 묻자 “둘 다 있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국민과 노동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부 당국이 최 회장의 회사이익 사적 편취를 철저히 파헤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뒤 2007년부터 한진해운 회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 사임 후 유수홀딩스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30∼40년 걸려야 한진해운 같은 회사가 나올 것”이라며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은 감사실 폐지 등 내부통제시스템 붕괴를 대우조선 부실 원인으로 꼽았다. 내부통제 붕괴에 영향을 미친 주체에 대해서는 “정치권, 청와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보내려 하니 대우조선 외부인사 세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청와대 행정관이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회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민 전 회장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3당은 홍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이동걸 “한진해운, ‘대마불사’ 믿고 물류대란 대비 소홀한 듯”
입력 2016-09-10 0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