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부 지침 확정 후 내달부터 지급” 방침 속… 서울시, 저소득층 생리대 배송 강행

입력 2016-09-10 00:07
서울시가 저소득층 청소녀(女)들에 대한 생리대 배송을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석 전 강행했다.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청소녀 중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신청한 서울지역 거주 만 10∼19세 청소녀 9200명에 대한 생리대 배송에 들어갔다고 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대상자가 확정된 후 ‘언제 배송되는지’ 묻는 전화가 쇄도해 발송 시기를 더 늦출 수 없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지난 7월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지난달 지원 대상자를 확정했고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발송할 계획이었다.

시가 발송한 생리대는 유기농 순면 100% 국제인증을 받은 커버를 사용한 것으로, 5개월 사용 분량인 중·대형 사이즈 180개들이 한 박스다. 시비는 동봉한 ‘성·건강수첩’ 제작비와 배송비를 합쳐 약 2억2000만원이 들어갔다. 시는 외부인들이 알지 못하도록 상자 겉면에는 주소 외 다른 표시는 하지 않도록 했다.

시는 또 서울시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가출청소년쉼터, 소녀돌봄약국, 시립청소녀건강센터 등에 생리대를 비치해 이들 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녀들이 필요할 경우 담당자에게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서울시의 지급 강행과 관련, “10월부터 정부 차원의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 시행을 위해 지급 대상과 방식 등 구체적 지침을 만드는 중”이라며 “정부 지침이 나온 뒤 지급해도 수령일에서 큰 차이가 없을 텐데 추석 직전 선심성 행정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는 향후 정부지원 방안이 확정되면 이번 지원과 중복되지 않도록 복지부 지침을 따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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