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3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크스와 마애애미 돌핀스의 경기. 4쿼터까지 덴버는 경기 종료 3분까지 0-15로 크게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쿼터백 팀 티보가 그 마지막 3분 동안 연이어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18대 15 대역전극을 이룬 것이다. 덴버의 모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을 때 주인공이었던 티보는 조용히 경기장 한켠에서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 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한 손을 이마에 댄 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 모습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돼 큰 화제를 모았고, ‘티보잉(Tebow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수많은 팬들이 티보잉을 따라했다. 티보는 티보잉으로 신앙심이 깊은 청년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역전극을 곧잘 이끌어 ‘기적의 사나이’로 불렸다. 2013년 포브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큰 운동선수’ 1위에 뽑히는 영광을 얻었다. 당시 2위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였다. 그렇게 그는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NFL에서 최고의 스타가 됐다. 한국에서도 NC 다이노스 모창민이 홈런 세리머니로 티보잉을 하고 있다.
그랬던 티보가 이제 새로운 종목에 도전한다. 바로 메이저리그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티보가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티보는 이달 20일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 시작되는 가을 교육리그에 참가한다. 정확한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티보는 계약금으로 10만 달러(약 1억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보는 고교 시절인 2005년까지 풋볼과 야구를 함께 했다. 좌타인 그의 포지션은 외야수였다. 이후 플로리다대 시절부터 풋볼 선수로만 활동했다.
앞서 티보는 지난달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2시간 넘게 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티보의 공개 훈련에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개 팀의 스카우트 42명이 몰려들었다. 티보는 60야드(54.86m) 전력 질주, 우익수 위치에서의 송구, 중견수 위치에서의 뜬공 캐치, 라이브 배팅 등을 펼쳤다. 그리고 결국 메츠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메츠가 티보와 계약한 것이 마케팅 마케팅 측면의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메츠의 샌디 앨더슨 단장은 “마케팅 등 다른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엄격하게 야구라는 측면만 보고 계약한 것”이라며 “티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무척 흥미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티보잉’하던 NFL 스타 티보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16-09-0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