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핵실험 이후 4시간 만에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전략탄도 로켓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위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대 발표’를 예고한 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핵실험 사실을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후 1시30분 조선중앙TV 화면에 갑자기 이춘희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이춘희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2분38초 동안 핵무기연구소의 성명을 한번에 읽어나갔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사실도 그녀가 알렸다. 이춘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망 소식은 물론 2006년 이후 이뤄진 세 차례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 뉴스를 도맡아 발표하고 있다. 4차 핵실험 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됐다.
성명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우리는 여러 가지 분열 물질에 대한 생산과 이용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탄두 적용 수단의 다종화를 지시한 이후 스커드, 노동 계열뿐 아니라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해 왔다. “이번 시험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언급한 건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핵실험이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성명은 “이번 핵탄두 폭발시험은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한사코 부정하면서 자위적 권리행사를 악랄하게 걸고 드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제재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 조치의 일환”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적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맞받아칠 준비가 되어있다는 초강경 의지의 과시”라며 “미국의 가증되는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위하고 진정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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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핵실험 4시간 만에 “핵탄두 위력 확인” 긴급방송
입력 2016-09-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