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재 와중에 핵도발한 김정은, 몰락 재촉할 뿐이다

입력 2016-09-09 18:40
북한이 9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거듭된 경고를 비웃듯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김정은의 핵 도발이 재연됐다. 이른바 ‘공화국 창건 68돌’을 자축하고 체제 결속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번 핵실험은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내린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기대 이하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핵 기술과 능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감지된 인공지진 규모는 5.0이다. 이로 미루어 5차 핵실험의 위력은 역대 가장 큰 10㏏으로 추정된다. 4차(6㏏) 때의 거의 두 배로,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히로시마 원폭(15㏏)의 3분의 2 수준에 이르는 가공할 위력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1㏏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핵 개발 능력이 10년 사이 10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특히 우리 군의 분석과 달리 20∼30㏏으로 추정하는 외국 전문가도 있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완성단계에 다다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정은은 라오스 비엔티안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18개국 정상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한 ‘비확산성명’을 채택한 다음날 보란 듯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경제 제재만으로는 김정은의 도발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EAS에 참석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비엔티안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유엔 안보리 및 양자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이후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라오스 공식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박 대통령의 대응은 기민했다.

문제는 추가 대북제재 수단의 선택폭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우선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제외된 원유를 비롯한 민생 관련 물품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굴복할지, 더욱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 동의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하물며 해상봉쇄 같은 군사적 제재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커졌는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동전선은 오히려 약화된 느낌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에는 한·미·일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로 자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북한의 약화를 바라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사회에 외부 정보를 집어넣어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 흔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된다면 대북제재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한·미가 공조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을 분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