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증강 통한 평화”(트럼프) vs “IS 알바그다디 사살하겠다”(힐러리)

입력 2016-09-09 04:20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뉴욕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NBC방송 주최 포럼에서 “내가 군통수권자에 더 적합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7일 NBC방송 포럼에서 “안정감 있는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다”면서 국무장관 때 닦은 경험을 부각시켰다. 클린턴은 이메일 게이트가 국가안보를 해친 건 아니라고 항변했다. AP뉴시스
미국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보 이슈를 두고 양당 후보가 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힘을 통한 평화’를 역설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메일 게이트’를 적극 해명했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갈등에 맞서겠다”며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육군 병력 9만명 증원, 전투기 1200대 증강, 해병대 36개 대대 확장 운용, 최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 해군 순양함 현대화가 골자다. 이 같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공약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내세운 슬로건이다. 군사력 증대와 안보 강화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천덕꾸러기’ 트럼프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트럼프는 미 정부가 2013년 발동한 국방부에 대한 시퀘스터(자동 예산감축 규정)를 폐지하고 비용을 절감해 국방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군비 확장에 필요한 예산 확보 계획이 부족하다”며 “정치권이 시퀘스터 폐지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또 백악관에 입성하면 30일 이내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국방부는 이미 IS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받아들이기 힘든 처방전”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트럼프와 클린턴은 NBC방송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군통수권자로 적합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해 기밀 누출 논란을 부른 ‘이메일 게이트’와 관련, 국가안보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클린턴은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은 해선 안 될 일이었다”면서도 “기밀문건에는 ‘일급비밀’ 표시가 있는데, 개인 서버로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이 같은 표시가 없었다”며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맞섰다.

클린턴은 군통수권자에 필요한 자질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안정감’을 꼽은 뒤 “한 번의 결정(이메일 게이트)이 아닌 경력 전체를 보고 평가해 달라”면서 국무장관을 거친 경험을 내세웠다.

클린턴에 이어 같은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국가를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와 푸틴은 잇따른 ‘해킹 스캔들’로 밀월 관계를 의심받아왔다.

클린턴은 9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푸틴 칭찬은 애국적이지 않고 IS 격퇴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국무장관 때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내 사살했듯 대통령이 되면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도 사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을 성사시킨 루이스 비데가라이 재무장관이 트럼프 방문 이후 더욱 악화된 여론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31일 방문에서 트럼프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비용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으며 이후 현지에서 “트럼프 초대는 엄청난 실수”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