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는 부실 수준을 넘어 ‘허탕 청문회’로 끝났다. 주요 증인도, 핵심 자료도, 송곳 질의도 없는 ‘3무(無) 청문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야당은 정부의 소극적인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이번 청문회가 제대로 되려면 청와대 서별관회의 자료, 대우조선의 회계조작 자료,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법적으로 제출할 수 없는 자료를 계속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맞받았다.
야당이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던 ‘최경환·안종범·홍기택’ 3인방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예상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증인에서 일찌감치 제외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향해 “뒤로 숨어서 적반하장식으로 얘기하는 건 정말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공방 끝에 증인 신문은 오전 11시30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야당은 정부가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알고도 4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보니 기존에 나온 의혹을 종합해 되묻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 답변도 상임위 현안보고의 복사판이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회사의 손실이 왔을 것”이라며 “분식 위험을 인지했지만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홍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고 이 정권에서 산은 회장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됐다”며 “박 대통령과 최 의원이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AIIB 부총재에 홍 전 회장을 단수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홍 전 회장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을 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해영 의원은 2008∼2015년 대우조선 고문으로 재직한 31명 중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12명이 총 16억3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고문단에는 국책은행 출신 4명, 정치권 출신 5명, 국가정보원 출신 3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도 “이명박정부 이래 사외이사 17명, 고문 60명 등 낙하산 인사를 대우조선이 다 받아줬다”고 했고 이에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그렇다”고 수긍했다. 정 사장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연임 문제와 대우조선 분식회계 시점이 겹친다는 지적에도 “그 시점에 회사 내 관리 소홀이 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정부와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의 책임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책 마련에 가장 필요한 게 화주·운송 정보인데 한진 측이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진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다. 이런 부도덕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한진 측은 “해양수산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엔 대부분 협조했다”며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글=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하나마나 청문회’… 서별관회의 청문회, 주요증인·핵심자료 빠져 맹탕
입력 2016-09-09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