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콩과 싸우는 함정희 집사 “GMO 콩으로 메주 쑨다 하면 믿지 마세요”

입력 2016-09-09 18:58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함씨네밥상 현관에 걸려있는 액자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함정희 대표(오른쪽). 액자 속 인물은 9년 전 함씨네두부공장 마당에서 멍석을 깔고 앉아 노란 햇콩을 한 움큼 집어 들고 놀고 있는 늦둥이 아들과 함 대표.
함씨네밥상에서 식사를 한 어느 화가가 함 대표의 소녀시절 얘기를 듣고 그려 준 그림 속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함 대표.
8월 30일부터 직영 식당 영업을 하지 않게 됐다는 공고문 앞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함 대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진행 중인 가운데 토종 콩으로 두부와 청국장 등 콩 제품을 만들면서 유전자변형식품(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맞서는 ‘콩 여장부’가 있다. GMO는 하나님이 창조한 유전자를 조작해서 이윤을 독점하려는 인간 욕심의 산물이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우나 실상은 우리를 사망과 저주로 이끈다.

GMO콩과 싸우는 이는 ‘콩의 여왕’으로 불리는 함정희(63·함씨네토종콩식품 대표) 전주안디옥교회 집사이다.

함 대표는 16년째 오로지 국산 콩을 재료로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함 대표를 지난 5일 전주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평신도들에게 건강한 밥상 차리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GMO식품을 이대로 방치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콩 박사 강의, ‘잠자던 거인’ 깨워

전북 완주가 고향인 함 대표는 어린시절 집 주변이 너른 콩밭이었다고 했다. 또 함 대표의 집은 예배당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교회를 좋아하는 딸이 못마땅했다. 아버지는 교회 종소리가 싫어서 종이 깨지기를 빌었다.

그런데 정말로 교회 종이 너무 오래돼 깨지는 일이 벌어지자 함 대표의 아버지는 정작 딸이 교회에 다니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1985년 하늘나라로 떠나기 4개월 전 어머니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변화를 보였다.

1972년 전주 성심여고를 졸업한 함 대표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하면서 믿음생활에 착실했다. 20대 후반의 어느 날 운명처럼 한 남자가 함 대표의 가슴을 흔들었다.

“두부공장을 크게 한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인에게 두부는 먹거리 차원을 넘어 여러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가난한 이들의 한 끼 양식이자 교도소를 나온 죄지은 자들의 회개를 위한 먹거리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남편은 수입콩협회 전북회장이었다. 돈 세는 기계를 쓸 정도로 돈도 많이 벌었다. 2녀 1남을 둔 행복한 가정생활이었다.

그런데 46세 때 늦둥이가 생겼다. 함 대표는 고민이 많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늦둥이가 세 살 되던 2001년 전주시청 강당에서 교양강좌가 열렸다.

그때 강사로 나왔던 안학수 농학박사가 함 대표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거인을 깨웠다. “GMO식품을 계속 먹으면 불치병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속에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콩을 심으면 4㎞ 밖에 있는 벌레도 알고 안 온다고 합니다.”

늦둥이를 키우는 그녀에게 안 박사의 얘기는 충격이었다. 더는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를 팔 순 없었다.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어기는 죄를 알고도 계속 그럴 순 없었다.

함 대표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100여개 거래처에 앞으로 국산 콩만 쓰겠다고 통보했다. 남편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했지만 함 대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남편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하나님 생명’ 원칙을 따르자 2007년 남편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장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국세청장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그에 힘입어 건강식품 마늘청국장환도 개발했다. 2009년에는 호남고속도로 전주IC 초입에 ‘함씨네 밥상’이라는 유기농 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함 대표가 토종콩을 고집하는 이유는 GMO콩의 위험성을 알려서 창조정신을 회복하고 생명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돈에 비할 바가 아닐뿐더러 ‘뿌린 대로 거둔다’는 성경말씀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GMO식품의 메카인 아르헨티나 차고 지역은 GMO콩을 재배한 지 20년 만에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기형아 출산율이 높고 가축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어요.”

그는 또 GMO식품들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전자를 조작한 콩, 옥수수, 사과 등이 식탁에 마구 오른다. 그렇지만 크리스천조차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함 대표는 또 GMO식품을 2년간 먹은 실험용 쥐는 제초제에 함유된 ‘글리포세이트’라는 발암 물질로 인해 암에 걸렸으며 생식기능이 사라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뿌린 대로 거둔다’ 성경말씀 실천

2014년 한국의 GMO곡물 수입량이 228만t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한 사례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일반 가정에서 매일 GMO식품을 먹어야 하고 대중음식점에선 아무 생각도 없이 GMO곡물을 이용한 요리를 내놓는데도 정작 대책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된장, 고추장, 식용유 등도 GMO식품이 첨가돼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주부들조차 모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대표는 현재 콩 재배농가가 힘들고 어렵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토종콩 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지난 7년간 GMO 반대 전도사로 우리 콩으로 만든 전통 음식과 밥상 차리기 운동을 벌여왔다. 요즘은 GMO식품의 반생명적 요소와 식품회사들의 탐욕적 시스템에 대해 늦깎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고려대 정보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원광대에서 보건행정학 박사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나이를 잊은 듯 생글거리며 해맑은 미소로 6년 전 하나님의 품에 안긴 어머니의 애창곡 ‘희망가’를 부르더니 작별의 손을 내밀었다.

“우리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은 가장 좋은 GMO식품의 백신입니다. 흠 없는 제물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우리 콩 우리가 살려야죠.”

전주=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