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경기민감업종, 부실징후기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 트랙으로 구분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월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을 통해 유 부총리를 필두로 한 컨트롤타워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관계장관회의는 2개월이 지난 7일에야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물류대란으로 기업 피해가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지난달 말에 결정됐지만 유 부총리가 전면에 나선 것은 1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정부의 구조조정 대응이 사후약방문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8일 중소 해운업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는 만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는데 정부는 그동안 해운업체를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란 시각으로만 접근했다”며 “2개월 전에도 정부는 물류대란으로 인한 수출입 문제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은 그동안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조선업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해운업은 용선료 협상과 얼라이언스 가입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해운업 정상화 방안이 실패했을 때 내놓은 정부의 대책은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게 전부였다.
구조조정과 산업개혁 방향, 구조조정 추진관련 보완대책 등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컨트롤타워인 관계장관회의에는 해운업을 주관하는 해양수산부가 아예 빠져 있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으로 꾸렸고 해수부는 안건과 관계될 경우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도 정부는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대책반을 구성하는 데 그쳤다.
중장기 대책에서도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물류 문제는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다뤘다. 선박 신조(新造)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국내 원양화물 처리량과 부산항 환적 물동량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물류대란이 일어난 뒤에야 구성된 비상 태스크포스(TF)에서 비로소 해수부 윤학배 차관이 관계장관회의 경쟁력강화지원 분과장인 최상목 기재부 1차관과 함께 공동팀장을 맡았다. 기재부가 물류대란을 대비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한진해운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해운·조선 구조조정 청문회에서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의원들의 질책에 “물류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한진해운의 대비책을 요구했으나 전부 거부당했다”면서 “개탄스럽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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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획] 정부, 조선업만 신경 쓰다가 해운업 골든타임을 놓쳤다
입력 2016-09-09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