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절벽’ 대학, 자율통합 시작됐다

입력 2016-09-09 04:00

지방 사립대 2곳이 교수진과 강좌, 캠퍼스 시설 등을 공유하는 실험에 나섰다. 일부 강좌를 공유하고 학점을 주고받는 대학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는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연합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겉돈다. 이번에 ‘통합’ 수준의 협력 사례가 나오면서 새로운 지방 사립대 생존 모형이 등장할지 교육 당국과 대학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경성대와 동서대는 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협력 시스템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각자 강점이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골자다. 두 대학이 강점을 보이는 영화·연기·미디어·디지털콘텐츠·디자인 등 문화 콘텐츠 특성화 분야에서 교육·연구·제작기반을 공유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키로 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국외 캠퍼스를 건립하는 사업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두 대학은 장기적으로 핵심 교양강좌를 전문화시켜 공동 운영하는 ‘리버럴 아트 칼리지’ 설립을 목표로 한다.

두 대학 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도서관, 스포츠시설, 공연장, 전시실 등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강의 등 학사 관련 부분은 내년 새 학기부터 함께 운영한다. 교수들은 양쪽으로 오가며 강의하게 된다. 학생들은 소속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다. 기존에 학점 교류를 하는 대학에선 학생들이 이동해야 했다. 두 대학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강의도 공유한다. 동일한 등록금을 내고 캠퍼스와 교수진이 배가 되는 혜택을 받는 셈이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은 “대학마다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를 갖춰놓고 운영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대학들의 장점만을 조합해 운영하는 ‘어셈블리(assembly) 대학’은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줄여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새로운 대학교육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대학의 협력이 새로운 생존 모형이 될지 주목된다. 서울지역 사립대들은 학점 교류를 진행하고 있고, 부산에선 국립대를 중심으로 협력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부산대는 공학이나 연구 중심, 부경대는 수산업 등, 부산교대는 교원양성 등으로 특화하는 방식이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립대끼리 전국적인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다만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는 경성대와 동서대의 협력에 긍정적이다.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 담당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특성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시도여서 긍정적”이라며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교육부가) 드러내놓고 유도하기엔 대학별 여건과 처지가 달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