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피의자에 돈 빌려… 갚은 건 스폰서

입력 2016-09-08 19:05 수정 2016-09-08 21:40

김형준(46) 부장검사에 대한 대검찰청 특별감찰의 핵심은 그의 동창이자 ‘스폰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모(46·구속)씨와의 복잡한 금전 거래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변통한 금액에 웃돈을 얹어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김씨는 오히려 수시로 ‘스폰서’ 노릇을 했으며 금액을 전부 돌려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 금전거래 과정에는 한때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모 변호사의 부인 명의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의자에게 돈과 아이디어 빌린 검사

그런데 박 변호사는 김 부장검사가 진두지휘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 피의자 신분이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박 변호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투자 범죄를 의심해 검찰에 통보했고, 이 사건은 김 부장검사의 합수단에 배당됐다. 이후 합수단은 박 변호사를 지난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 출석까지 한 명백한 수사 대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김 부장검사는 이런 박 변호사로부터 지난 3월 7일 급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변호사는 “김 부장검사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금방 갚겠다’고 해 1000만원을 빌려줬다”고 8일 밝혔다. 이 1000만원은 다음날 박 변호사의 부인 계좌를 통해 변제됐는데 송금자는 김 부장검사가 아닌 김씨였다. 박 변호사는 “다음날 바로 ‘계좌를 알려 달라’는 연락이 와 계좌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검사는 직접 수사하던 피의자와 금전거래를 했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를 무마할 방안까지 함께 의논했다. 김씨는 지난 4월 19일 사기·횡령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된 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셀프 고소’를 하기도 했다. 고양지청에는 김 부장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간부로 있었는데, 김 부장검사는 이 구상이 박 변호사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혹 속의 검찰

김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연이어 드러나며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그간 감찰 착수 시점, 경찰 신청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 반려 등을 두고 불거지던 의구심은 박 변호사의 사건을 두고서도 이어졌다. 금융 당국의 통보 이후 사건 처리가 부당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이와 관련해 김 부장검사의 박 변호사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는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검과 남부지검은 이날 수사 지연 의혹을 공통적으로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월 이 사건과 관련된 주가조작에 대한 심리를 한국거래소에 의뢰했고, 지난달 말쯤 심리 결과가 합수단에 회신됐다”고 밝혔다. 주요 사건이 아닌 점,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의 경우 통상 수사처리 시간이 긴 점 등도 근거로 제시됐다.

대검은 김씨에게 구명을 약속한 김 부장검사가 김씨의 수사 검사 등을 만난 사실에 대해 부적절한 측면이 없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서부지검이 김씨 수사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의 금전거래를 파악해 대검에 알린 이후에 이뤄졌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와 접촉했다고 알려진 검사들에 대해 소명자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수사 검사였던 박모 검사의 경우 “해당 만남 이후 김 부장검사의 만남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보기]



이경원 이가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