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급증

입력 2016-09-09 00:05

재벌 2세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을 다른 계열사에 의존해 연명하는 이른바 캥거루 기업이 총수일가의 부의 이전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감 몰아주기 늘어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2016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 금액은 159조6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비중(0.7% 포인트)과 금액(21조5000억원)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47개 대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100조원 가까이 감소한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할 개연성이 높았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시행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줄었지만 총수일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는 오히려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이후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은 급격히 증가했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2.5%였고, 50% 이상은 25.5%였다.

이 같은 현상은 10대그룹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그룹의 경우 총수 2세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0.7%였고, 50% 이상일 경우 53.9%로 훌쩍 뛰어올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이 해당된다.

대상 계열사는 모두 147개로 내부거래 비중은 12.1%, 금액은 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비중은 0.7% 포인트, 금액은 1조원 증가했다.

4대그룹 주력 업종은 내부거래 천국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SK(24.2%) 포스코(18.8%) 태영(18.5%) 순이었다. 금액으로는 SK(33조3000억원) 현대차(30조9000억원) 삼성(19조6000억원) 순이었다. 여기에 LG(16조8000억원) 포스코(11조8000억원) 등 상위 5개 대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전체 47개 대기업(159조6000억원)의 70.3%를 차지했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업종 역시 자동차·전자·금속 등의 제조업 분야였다. 4대그룹이 주력 산업으로 키우는 업종들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트레일러(현대차) 전자부품(삼성, 엘지) 화학제품(SK) 분야였다. 상위 5개 업종의 내부거래 합계는 69조4000억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43.5%였다. 4대그룹이 주력 기업을 앞세워 내부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4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수직 계열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부거래 비중이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글=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