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슬람 경계하되 17억 무슬림에 사랑 전해야”

입력 2016-09-08 20:37 수정 2016-09-08 21:43
예장대신 파송 현역 선교사 중 최고령인 김희윤 선교사는 8일 “사랑의 불로 복음을 전하자”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극단주의 이슬람을 배격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회는 그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이슬람을 경계하자는 목소리는 많은데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자는 말은 없습니다. 17억 무슬림은 하나님의 구원 대상이 아닌가요.”

8일 강원도 홍천군 비발디파크에서 만난 김희윤(70) 선교사는 이슬람 선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무슬림은 온건하다. 20년 넘게 리비아에 살았지만 한 번도 공격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며 “다만 2011년 내전 이후 극단주의가 득세하면서 판세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칼을 칼로 맞서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며 “칼을 녹일 수 있는 불, 사랑의 불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교회의 극단주의 이슬람 경계령 때문에, 오히려 이슬람 선교의 관심이 줄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김 선교사는 “이슬람 세계에 극단주의가 판을 치면서 선교가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교회는 이럴 때일수록 비즈니스나 NGO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즈니스 선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슬림들이 개종하게 되면 직업을 잃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생활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선교사는 70년대 후반 군종 목사로 임관해 10년을 육군 15사단과 32사단 등 부대에서 사역했다. 그러다 89년 북아프리카 리비아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23년간 활동했다. 당시 그를 파송한 선교단체는 에바다선교회로 중동 근로자들이 만든 단체였다. 파송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후원비는 없으며 가족은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일한 후원은 기도였다.

황당한 파송 조건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성경적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파송하면서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라 하셨잖아요. 기도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선교사는 트리폴리 소재 리비아한인교회 목사로 섬겼다. 당시는 카다피의 철권 통치 시절. 현지인에 대한 직접 선교는 어려웠다. 대신 국내 업체들에서 파견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목회했다. 김 선교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근로자들이 세운 교회가 70개나 됐다. 하지만 교회엔 목회자가 없었고 김 선교사는 이들 교회를 순회하며 말씀을 전했다.

그는 “한인교회에 11개국에서 온 다국적 근로자들도 예배를 드리기 위해 나왔다”며 “군종 목사로 일하며 세례를 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줬다”고 회고했다. 김 선교사는 지난해부터 캄보디아로 임지를 옮겨 사역 중이다. 그는 “만약 리비아가 내일이라도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7일 선교대회 개회예배에서 축사를 전했다. 예장대신 교단의 현역 최고령 선교사 자격으로였다. 축사는 짧았고 강렬했다. “여러분, 선교지에 있어보니 하나님이 선교사들은 잘 안 데려 가십디다. 그러니 죽을 각오로 복음을 전합시다.” 홍천=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