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도박판이 현실로.’
10대 청소년이 불법 도박에 빠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부모의 돈까지 손을 댄다는 인기 웹툰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8일 1조7000억원대 판돈을 입금받아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운영자 이모(2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직원 김모(2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이 사이트에서 1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걸고 도박을 한 130여명을 불구속 입건, 조사 중이다. 이중 절반 가량이 10대와 20대 였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을 통해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에 소개됐던 10대 도박의 실태를 여실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고교 3학년이던 A군(당시 18세)은 이 사이트에 25개월간 3억원을 쏟아부어 모두 날렸다. 외아들인 A군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일용직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심지어 부모의 지갑에도 자주 손을 댔다. 아버지의 땅을 담보로 1억8000만원을 빌려 이 사이트에 털어 넣기까지 했다.
A군은 도박 중독 치유 프로그램에도 스스로 참가해 봤지만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A군은 경찰에서 “도박을 끊으려고 수없이 노력해봤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결국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부모님 돈까지 훔쳤다”며 고개를 숙였다.
A군의 그동안의 행동은 외모지상주의 ‘불법 또또편’의 내용과 흡사하다. A군은 사다리 타기나 달팽이 경주 등 ‘홀짝’ 형식의 간단한 도박에 빠져 돈을 빌리고, 돈을 훔치고, 대출까지 받았다.
구속된 이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24개의 국내외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게임머니 명목으로 1조7600여억원을 입금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250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금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16만명이다. 한 이용자는 여기에 8억여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만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도박으로 3억 날린 10代
입력 2016-09-08 17:35 수정 2016-09-09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