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상당수가 저소득 빈곤 가구가 아니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중에서도 30%만 빈곤 가구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 완화에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내놓은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빈곤정책수단으로서의 한계’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152만3000명 가운데 빈곤 가구에 속하는 이는 30.5%에 그쳤다.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소득 수준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소득)보다 낮은 빈곤 가구가 저임금 근로자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숙 선임연구위원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근로자 가족 내에서도 다른 소득을 버는 사람이 많아졌고, 저임금 근로자 상당수가 주 소득이 아닌 추가 소득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중 다른 가구원의 근로소득을 합산하면 빈곤선을 넘는 경우가 47.9%에 달했다. 윤 연구위원은 “임금 분포와 소득 분포의 불일치는 여성 노동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가 바뀌고, 남성이 혼자 소득을 담당하던 가구 형태도 약해지면서 생긴 결과”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자녀와 부부로 이뤄진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 한 명이 경제활동을 할 경우 빈곤을 벗어나려면 월 67만5000원의 추가 소득이 필요하다. 윤 연구위원은 이를 임금소득만으로 해결하려면 최저임금을 53.6% 더 올려야 하지만, 가구 내에서 한 명이 추가로 주 15시간 일해 소득을 얻을 경우에는 정부가 월 17만5000원 정도만 지원하면 빈곤선을 넘을 수 있다. 한 가구 내에서 조금 더 많은 이가 일하게 되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고용과 임금 전반에 미칠 충격이 우려스럽고 실제 소득 분배효과도 불분명하다”면서 “근로소득장려세제(EITC)처럼 가구 소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고 경제활동(근로 여부)에 연동하는 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최저임금 근로자=빈곤층 아니다
입력 2016-09-08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