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불패?… 안개 낀 러시아行

입력 2016-09-09 00:05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시리아와 득점 없이 비긴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한국 일본 이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초반 진땀을 쏟고 있다. 그동안 어렵지 않게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었던 월드컵 단골이자 아시아의 축구 최강 국가들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일본은 최종예선 2차전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플레이오프에서 본선행 막차 탑승권을 놓고 싸우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은 8일 현재 A조 3위, 일본은 B조 3위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4.5장의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배당받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종예선을 6개국씩 2개 조로 나눠 풀리그 방식으로 소화한다. 각조 1, 2위는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3위로 밀리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각조 3위는 0.5장의 진출권을 놓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패자는 최종예선에서 탈락한다. 승리해도 본선 진출은 아니다. 북중미 4위와 다시 대결해야 한다. 아시아와 북중미가 0.5장씩 나눈 본선 진출권을 1장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한국과 일본은 적어도 21세기 들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위 밖으로 밀린 적은 없었다. 플레이오프로 밀려 서로를 떨어뜨린 적은 한국이 아시아 사상 처음으로 본선으로 진출한 1954 스위스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20∼30년 사이에 ‘아시아 투톱’으로 성장한 두 나라의 월드컵 본선 출전길은 대부분 수월했다.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8회 연속으로, 일본은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5회 연속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3위로 출발한 최종예선 초반의 흐름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두 자초한 결과다. 한국은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중국을 3대 2로 겨우 잡았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셀렘반 파로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시리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시리아는 홈경기를 개최할 수 없어 중립지역에서 개최지를 옮길 정도로 내전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A조 최약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겼어야 했던 상대다.

한국의 중간전적은 1승1무(승점 4·골 +1). 2위 이란(승점 4·골 +2)과 전적이 같지만 골 득실차에서 밀렸다. 한국은 앞으로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난적들과 대결해야 한다. 1위를 선점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이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란도 골 득실차에서 한국을 겨우 따돌렸을 뿐 낙승을 예상한 중국과의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A조 1위는 2전 전승을 질주한 우즈베키스탄(승점 6)이다.

일본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일본은 B조에서 1승1패(승점 3)로 부진해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의 경질론까지 불거졌다. 지난 1일 사이타마 홈경기로 열렸던 최종예선 1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1대 2로 패배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은 전 세계를 통틀어 최종예선 1차전을 패배하고 본선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던 점을 앞세워 ‘본선진출 가능성 0%’의 자조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태국과의 2차전에서 2대 0으로 이겼지만 압도적 승리가 아니었던 만큼 할릴호지치 감독의 경질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B조 1, 2위는 나란히 2연승을 질주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다.

한국 일본 이란의 입장에선 예상 밖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부의 분배와 유럽·남미 밖으로 돌아간 스타들의 시선은 아시아의 상향평준화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과 UAE는 막대한 자본을 축구로 투입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22년 월드컵 개최에 앞서 자력 본선진출을 노리는 카타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태국, 시리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 경험 축적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삼아 ‘고춧가루 부대’로 나서면서 판세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