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권의 안보조급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최근 탈북, 국내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에 야권을 ‘안보 파트너’로 삼아줄 것으로 요구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은 안보 문제를 대권 관문의 마지막 ‘열쇠’로 본다. 안보정당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세운 국민의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안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도 북핵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고조되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선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더민주의 ‘정체성’ 변화를 이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체제 동요’를 언급하자 “국가 안보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야당 수뇌부에게는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소야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권이 태 전 공사에 대한 직접 신문을 요청한 것이다.
태 전 공사의 망명은 최근 급변하는 대북 정세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다. 망명한 역대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인 데다 전례 없는 고강도 대북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체제 유지 불안감이 커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숙청 정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발생한 북한 고위급 엘리트의 망명은 신중하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국정원 및 관계기관의 합동신문을 통해 북한 내부 체제의 변화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초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그를 상대로 충분한 조사를 하려면 수개월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야권이 태 전 공사를 불러내 이야기를 듣는 건 ‘육성’을 들었다는 사실 외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민감한 안보 현안을 가지고 의미 없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다른 증인을 받아내기 위한 작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
[현장기자-강준구] ‘안보조급증’ 걸린 야당의 민낯
입력 2016-09-08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