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완종에 1억원 받았다”… 洪 지사 “노상강도 당한 기분”

입력 2016-09-09 00:00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 지사는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뉴시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지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1년5개월, 재판이 시작된 지 1년2개월 만에 나온 첫 사법 판단이다.

홍 지사는 현직 도지사인 점이 참작돼 법정 구속되는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선고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도지사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향후 10년간 선거에도 나갈 수 없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홍 지사는 격한 어조로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法 “홍준표, 1억원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2011년 6월쯤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홍 지사 측의 무죄 주장을 하나하나 탄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홍 지사 측은 “윤 전 부사장이 ‘금품 전달자’ 역할을 할 만큼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2010,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 지사 캠프에서 활동하며 홍 지사 측근 등과 도움을 주고받았다”며 “성 전 회장이 그런 관계를 고려해 금품 전달자 역할을 맡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2011년 6월쯤 비자금 1억원을 조성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홍 지사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자 성 전 회장은 측근들과 ‘비자금 용처 해명’을 주제로 회의했다. 이후 측근들은 검찰과 법원에서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2011년 1억원을 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측근들의 진술과 성 전 회장이 사망을 앞두고 윤 전 부사장를 만나 금품 전달 사실을 확인한 점 등에 비춰보면 1억원 조성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수사기관·법정에서 성 전 회장에게 1억원을 받은 경위, 이를 전달한 과정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4년이란 시간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하면 신빙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洪 “성완종한테 진실 묻고 싶어”

‘모래시계 검사’에 이어 ‘한국판 트럼프’란 별명으로 불렸던 홍 지사는 재판 내내 철저히 무죄를 주장했다. 6개월간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가졌고, 정식 공판은 13차례나 진행됐다.

이날 45분간 이어진 선고를 ‘차려 자세’로 들은 홍 지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법정을 나섰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나중에 저승 가서 성완종한테 (진실을)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며 “왜 나한테 덮어씌웠는지 물어보겠다”고 격분했다. 그는 “노상강도를 당한 느낌이다. 항소해서 바로잡겠다”고 덧붙인 뒤 자리를 떴다. 홍 지사와 함께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22일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