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좌완’ 전병두, 마운드와 이별한다

입력 2016-09-08 18:20 수정 2016-09-09 00:40
SK 와이번스의 좌완 투수 전병두가 2011년 4월 1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5년간 지겹도록 반복됐던 재활의 끝은 은퇴였다. SK 와이번스의 ‘불꽃 남자’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전병두가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011시즌이 끝난 뒤 왼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다. 하지만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르겠다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치게 됐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둘, 은퇴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다.

전병두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03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보유한 좌완 투수로 야구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년 뒤인 2005시즌 중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의 트레이드 카드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이후 2008시즌 2대 3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적생’ 전병두는 20007년부터 2012년까지 ‘왕조’로 군림했던 SK의 전성기와 함께 했다. 이 기간 동안 SK는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차지했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전병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전천후 투수로 SK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보직을 넘나들었다.

SK의 전성기는 곧 전병두의 전성기였다. 전병두는 투수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2008시즌 33이닝을 소화했던 전병두는 이듬해 100이닝을 더 던졌다. 2009시즌 동안 총 133⅓이닝을 소화했고, 8승 4패 8세이브 1홀드에 평균자책점 3.11의 기록을 남겼다. 탈삼진은 136개. 거의 모든 부문에 거쳐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전병두의 어깨는 버티지 못했다. 갑작스레 출장 경기수가 늘어난 탓에 탈이 나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팀은 잘나갔고, 그에게는 원 없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SK를 이끌던 김성근(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승부처 때마다 전병두를 찾았다. 전병두는 어깨 통증이 조금 가시자 다시 팀을 위해 마운드에 섰다. 2010년에는 67⅔이닝, 2011년 92⅓이닝을 던졌다.

완벽한 재활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대가는 혹독했다. 전병두는 2011시즌이 끝난 뒤 재활과 수술의 기로에 섰다. 선택은 수술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돌아오지 않았다. 5년간의 기나긴 재활과정을 거쳤다. 복귀를 앞둔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깨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에도 3군 경기에 나서 1군 복귀를 꿈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구속은 130㎞ 이하로 떨어졌다. 전병두는 결국 유니폼을 벗는 쪽을 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