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亞리그 미디어데이] 새 사령탑 영입 한라 “2연패가 목표”

입력 2016-09-09 04:10
2016-201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한국 3개 팀 주장들이 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명 킬러웨일즈의 김범진, 안양 한라의 김원중, 강원 하이원의 서신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지난 4월 26일 폴란드 카토비체 스포덱아레나. 2016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A조 3차전에서 한국의 캐나다 출신 귀화선수 마이클 스위프트가 1피리어드 4분18초쯤 때린 중거리 슛은 일본의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승리의 나팔소리였다. 한국은 1피리어드에 모두 터진 김기성, 신상훈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고 일본을 3대 0으로 격파했다.

한국이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나 0대 25로 대패한 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일본을 34년 만에 무릎 꿇린 순간이었다. 아이스하키 변방 동아시아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며 주인으로 행세했던 일본은 한국의 소리 없는 성장을 감지하지 못하고 한일전 통산전적에 ‘1패(19승1무)’를 적었다.

단순한 이변은 아니었다.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의 2부 리그 격인 디비전1에서 개최국 폴란드를 4대 1로 격파했고, 우승후보 오스트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끝에 페널티 슛아웃에서 역전패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의 간격은 여전히 멀지만 유럽 중상위권 국가들과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을 끌어올렸다.

투자를 늘리고 저변을 확대한 결과다. 한국은 2014년 8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지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대표팀의 체질을 바꿨다. 우리 선수들을 외국으로 파견해 기량을 쌓았고, 귀화선수 6명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팀의 기량상승은 경기 내용을 완전히 바꿔놨다. 선수들은 출전에 의의를 뒀던 과거와 다르게 이기는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소극적이었던 보디체크와 일대일 파이트로 팬 서비스까지 확실하게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텅텅 비었던 아이스하키 경기장 관중석에 사람들이 하나둘 씩 늘고 있는 이유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2018년 2월9일)까지 앞으로 1년6개월. 한국은 이제 2016-2017 아시아리그에서 대담한 ‘아이스하키 굴기(?起)’를 시작한다.

아시아리그는 4개국 9개 팀이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결하는 아시아 유일의 아이스하키 대회다. 한국에서는 안양 한라, 강원 하이원, 대명 킬러웨일즈가 출전한다. 일본에서 4개 팀, 중국에서 1개 팀이 출전하고, 러시아의 세계 정상급 전력과 전술을 그대로 쓰는 사할린은 2014년부터 합류했다.

한국은 이미 지난 시즌 이 대회를 제패했다. 한라는 지난 4월 3일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열린 2015-2016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파이널 마지막 5차전에서 5대 3으로 승리하고 리그와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한라의 통합 우승은 2009-2010 시즌에 이어 6년 만이었다. 사할린이 합류하기 전까지 일본의 득세를 저지할 수 있는 팀은 한라가 유일했다.

2016-2017 시즌에는 하이원이 전력을 대폭 보강하고, 신생팀 대명이 출전하면서 한국의 가파른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팀은 디펜딩 챔피언 한라다. 한라는 과거 소속선수였던 체코 출신 패트릭 마르티넥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아시아리그 2연패를 조준했다.

마르티넥 감독은 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3개 구단 공동으로 개최한 2016-2017 아시아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일본이 전력을 보강했고, 사할린은 무려 8명의 선수를 세롭게 영입했다. 여기에 하이원이 강해졌고, 대명도 출전한다. 어느 팀이 우승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쟁구도”라면서도 “하지만 내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상무 사령탑이었던 배영호 감독은 하이원 지휘봉을 잡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올 시즌 배 감독의 명제다.

신생팀으로 바뀐 대명의 첫 사령탑 송치영 감독은 지난달 27일 개막한 올 시즌의 일부 경기를 이미 소화했다. 한라와 사할린 등 우승후보와 6연전을 벌이면서 전패를 당했다. 송치영 감독은 “아직 배우는 과정이다. 이번 주말 하이원과의 경기부터 전력을 보강하겠다”며 반격을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