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중심에서 외연으로

입력 2016-09-08 18:12

개혁은 창조, 타락, 구원의 흐름에 내재된 하나님의 의지다. 현재의 한국 교회가 병들고 타락해 있어서 개혁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지만 본질적으로 개혁은 교회의 근본 구조에 뗄 수 없이 맞물려 있다. 개혁은 주님의 명령이며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근본 과제다. 교회는 그 시작부터 본디 ‘늘 개혁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였다. 개혁의 기준은 하나님의 뜻 곧 기록된 성서의 말씀이다. 한국 교회가 성서적인 교회로 거듭나려면 하나님 말씀에 터하여 끊임없이 제도의 개혁과 심령의 개혁에 몰입해야 한다.

먼저 제도의 개혁에서 이런 일들이 화급하다. 교회 연합 기구들이 통합돼야 하며 또 더 넓은 범위에서 한 지붕을 씌워야 한다.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하나의 기구를 만드는 일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기구적인 통합으로써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적지 않게 회복되고 영향력도 커질 테다. 각 교단 신학교육기관의 학생 수를 일할 자리와 연관하여 조절해야 한다. 목회자를 길러내는 질적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교계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성직의 지도력’을 갖춘 목회자를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학교가 자본주의적 경영 논리에서 탈피하고 혁신적으로 시각의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총회장 또는 감독회장을 중심으로 한 교단의 선거와 정치 구조가 세속 정치처럼 돈과 파벌 싸움으로 비틀린 현실을 어떻게든 개혁해야 한다. 평신도 지도력 특히 장로 직이 계급의식에 물들어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런 현실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닫고 교회의 모든 직무에서 계급과 권력 의식을 없애고 그리스도의 섬김을 따르도록 교단 법을 치열하게 연구하여 개정해야 한다.

지역 교회에서부터 교단 총회까지 그리고 기독교에 관련된 모든 기구에 이르기까지 돈 문제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관례’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론적인 목표’보다 훌쩍 높은 기준을 시행하여 경제 윤리에서 거룩한 청렴성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면 근본적으로는 하나님 말씀이 작동되면서 발생하는 심령의 변화 곧 의식의 개혁이 절절하다. 특히 이 점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속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창조와 구원의 섭리를 주도하시면서 끊임없이 말씀을 통해 당신의 뜻을 보이셨다. 인류 구원의 축인 성자 하나님의 성육신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사건이고 이를 중심으로 기록된 진리가 성경 말씀이다.

제도적인 개혁이 현실적으로는 먼저일 수 있다.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이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개혁에서 핵심은 늘 속사람이다. 말씀이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속을 먼저 바꾸고 이로부터 다른 것들이 변하면서 개혁의 외연이 지속적으로 넓어진다. 말씀의 가치관이 인간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하는 중심의 개혁, 다른 말로 말씀이 삶이 되는 일, 여기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이 절박하다.

말씀이 삶이 되는 운동은 종교성 선동이나 교계 집단의 자본주의적 홍보 전략이 아니다. 한 교회의 목회적인 성취, 어느 교단의 교세 확장, 특정 단체의 영향력 확장이 아니다. 개혁은 성령이 주도하는 하나님의 일이다. 말씀과 삶이 어우러지는 운동은 해보다가 안 되면 관두는 일일 수 없다. 열매가 없어도 해야 하고 사회적인 성취가 없더라도 계속돼야 한다. 효율성과 성과로 따질 일이 아니다. 세상의 종말까지 이어져야 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의지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바쳐 순종할 따름이다. 이 무서운 중심(中心)에서 비로소 외연(外延)의 힘이 생길 것이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