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극장가의 상차림이 푸짐하다. 뜨거웠던 여름철 스크린 전쟁에 이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흥행 경쟁을 벌인다. 한국영화는 시대극과 사극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할리우드 영화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맞불을 놓는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도 풍성하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볼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송강호 vs 차승원, 누가 웃을까
■ 역시 한국영화가 최고야 ‘밀정’ VS ‘고산자, 대동여지도’
송강호 공유 주연,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차승원 주연,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지난 7일 이미 흥행싸움에 돌입했다. 개봉 성적은 ‘밀정’이 압승을 거뒀으나 ‘실미도’로 한국영화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강 감독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두 감독 모두 스타일이 확실하고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어 대결이 주목된다.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무장독립단체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간의 암투, 회유, 교란 작전 등을 다뤘다. 최근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티켓파워가 확실한 송강호와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공유가 주연을 맡았고, 이병헌이 특별출연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박범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과 여정을 다뤘다.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감동적인 눈물로 마무리 짓는 강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제주 마라도부터 백두산까지 우리나라 사계(四季)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차승원 김인권의 ‘아재 개그’, 유준상의 흥선대원군 역할도 눈길을 끈다.
전설의 대작-이병헌 서부극 ‘관객몰이’
■ 할리우드 리메이크 추억 속으로 ‘매그니피센트7’ VS ‘벤허’
이병헌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부극 ‘매그니피센트7’과 전설의 대작 ‘벤허’의 리메이크 작품이 14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매그니피센트7’은 1960년 작품 ‘황야의 7인’을, ‘벤허’는 1959년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에 열광했던 장년층이나 처음 보는 젊은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매그니피센트7’에서 이병헌은 미스터리한 인물 빌리 락스 역을 맡았다. 한 마을을 장악한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투입된 7인의 무법자 중 한 명이다.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빈센트 도노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다. 서부극의 재미와 낭만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하고 찰턴 헤스턴과 스티븐 보이드가 주연을 맡은 과거의 ‘벤허’는 상영시간이 3시간42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원티드’(2008) 등 액션을 선보인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이번에 2시간3분으로 압축했다.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전차 경주 장면과 해상 전투신이 긴박감 넘친다.
아빠! 우리는 애니메이션 보러 가요
■ 어린이 관객들 다 모여라 ‘달빛궁궐’ VS ‘로빈슨 크루소’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은 한국과 해외 작품이 포진했다. 한국의 창작 애니메이션 ‘달빛궁궐’은 열세 살 소녀 현주리가 창덕궁 속 환상의 세계인 달빛궁궐로 들어가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물시계 자격루 등 문화유산을 고증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해 교육 및 오락용으로 알맞다.
‘로빈슨 크루소’는 유럽의 픽사로 불리는 벨기에 언웨이브픽처스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과 달리 상상력을 가미해 로빈슨 크루소가 동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무인도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렸다. 앵무새 등 무인도에 사는 동물들이 섬에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를 바다괴물로 오해하는 등 동물의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점이 흥미롭다.
‘장난감이 살아있다’는 2010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과 ‘미니언즈’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위기에 빠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장난감들이 깨어나 엉뚱한 모험을 펼친다. 컬투가 더빙에 참여했다. 뮤지션을 꿈꾸는 강아지 버디의 좌충우돌 모험을 그린 ‘드림쏭’은 신나는 밴드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이런 영화는 어때요?
로맨스부터 판타지까지 말랑 말랑 ‘감성 자극’
풍성한 추석 극장가에 굵직굵직한 대작들만 있는 건 아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말랑말랑한 영화들이 포진해있다.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동심을 깨우는 판타지, 현실적인 드라마까지. 여성 관객이라면 특히 설렐만한 이야기들이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다만 상영관을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테니 매의 눈으로 예매 사이트를 뒤져봐야 한다.
■ 꿈과 현실 사이 ‘카페 소사이어티’
뉴욕에 살던 청년 바비(제시 아이젠버그)가 꿈을 이루고자 향한 할리우드에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다. 상류층 사교클럽인 카페 소사이어티를 운영하며 다른 여자(블레이크 라이블리)와 결혼한 바비는 어느 날 보니와 다시 조우한다.
14일 개봉하는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의 47번째 연출작이다. 인생에 대한 고찰을 무겁지 않게 건드리는 특유의 작법이 녹아있다. 감각적인 화면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훅 들어오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 이번에는 시간여행 ‘거울나라의 앨리스’
전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서 항해를 떠났던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가 6년 만에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부모를 잃고 상심한 모자장수(조니 뎁)를 위해 과거를 바꿔주려 시간여행에 나선다.
천진한 소녀 앨리스의 성장 스토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의 화해, 나아가 세대 간의 화합이라는 따뜻한 교훈을 이끌어낸다.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하고 제임스 보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유쾌한 감성과 화려한 볼거리를 담아냈다.
■ 왠지 낯설지 않은 ‘최악의 하루’
배우지망생 은희(한예리)가 겪은 기막힌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우연히 마주친 일본인 소설가(이와세 료)에게 길을 알려주고 남자친구(권율)와 만났는데 의도치 않게 다퉜다. 잔뜩 짜증이 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깐 교제했던 유부남(이희준)이 찾아온다.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엉뚱하고도 재치 있는 장면에 까르르 웃다가도 문득 남 얘기 같지가 않다. 현실감 있는 멜로가 긴 여운을 남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는 잔잔하게 입소문 흥행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한가위 극장가] 한국 시대극 vs 할리우드 리메이크
입력 2016-09-12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