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거포’ 이승엽, 2000안타 축포를 쏘다

입력 2016-09-08 00:33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우전 안타를 때리고 있다. 이승엽은 역대 최소 시즌 2000안타이자 KBO리그 통산 8번째 2000안타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또 하나의 전설을 써 냈다. 역대 최소 시즌 2000안타이자 KBO리그 통산 8번째 2000안타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승엽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승엽은 전날까지 1998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이승엽은 팀이 3회말 안타를 때린데 이어 7-13으로 뒤진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이창재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날렸다. 이로써 이승엽은 자신의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이승엽은 8회말에도 내야 안타를 쳐 3안타 경기를 했다.

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해 올해가 KBO리그 14번째 시즌이다. 이승엽은 1995년 4월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2002년 4월 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리그 최연소 1000안타를 작성했다. 이승엽은 종전 15시즌 만에 2000안타를 달성한 양준혁(삼성)과 이병규 박용택(이상 LG)의 최소 시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승엽은 또 40세 20일로, 종전 최고령 기록인 전준호(넥센)의 39세 6개월 27일도 넘어섰다. 삼성 선수로는 양준혁(2318안타)에 이어 2번째, 현역 선수로는 5번째다.

이승엽은 사자군단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 했다. 통합 4연패와 정규리그 5연패에 앞장섰다. 올해는 팀 성적이 좋지 않다. 정규리그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삼성은 순위표에서 여전히 9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늘 그래왔듯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있다. 삼성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자 후배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고참선수로서 말이다. 이승엽은 삼성의 주축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신음을 내는 상황 속에서도 타선을 비우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빚어낸 결과다.

그렇게 시즌을 치르다보니 어느덧 각종 개인기록들과도 인연이 닿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크게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승엽의 대기록은 그만큼 매 경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승엽은 현재 한·일 통산 600홈런이라는 대기록도 가시권에 있다. 598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앞으로 홈런 2개만 더 추가하면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게 된다. 또 개인통산 1400타점에도 도전한다. 그는 지난달 23일 1389타점으로 양준혁의 최다타점 타이기록을 쓴 뒤 6타점을 더 추가했다. 5타점만 보태면 또 하나의 기록을 쓴다.

다만 같은 날 한 팀에서 2000안타 타자 두 명이 탄생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전날까지 1999안타를 기록 중이었던 삼성 박한이(37)는 이날 2번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래도 ‘꾸준함의 대명사’인 박한이의 대기록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2001년 삼성 데뷔 후 지난해까지 15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이어왔다. 2003년에는 170안타로 커리어 하이를 썼다. 2008년 4월 19일 개인통산 1000안타, 2012년 7월 18일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부상의 여파로 출전 경기수가 적은 와중에 77안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24경기를 남겨뒀다. 남은 시즌동안 경기당 1개꼴로 안타를 때려낸다면 충분히 16시즌 연속 100안타 돌파를 바라볼만 하다. 지금껏 프로야구에서 16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양준혁(1993∼2008시즌)뿐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